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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천안함은 어제도 울었다. 46용사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추모행사에 정부 고위층은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도, 해군 참모총장도 그 자리에 없었다. “호국 영령의 희생을 기억하면서 서해를 수호하자”는 함대사령관의 맥 빠진 목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영웅들은 조국의 무관심에 또 한 번 가슴을 쳤다.

정부는 이미 서해수호의 날을 치른 만큼 별도로 참석할 필요가 없었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지난주 열린 그 행사마저 정부의 무심함으로 상처를 입은 마당이다.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올해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방장관은 서해수호의 날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들을 추모하는 날’로 폄하했다. 오죽하면 안보 책임자들이 북한 눈치를 본다는 뒷말이 나왔겠나.

천안함 영웅들을 조롱한 세력은 이번 개각에서도 약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음모론을 국회에 퍼뜨린 장본인이다. 그는 “수리 중인 미 해군 핵잠수함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북한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천안함 5주기를 맞아 해병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군복 입고 쇼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런 사람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부적절한 표현을 반성한다”고 뒤늦게 고개를 숙인다. 장관 자리를 얻기 위해 쇼를 한다고 여기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장병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지만 전제가 빠졌다. 평화는 굳건한 안보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웅들의 헌신을 모독하면서 적대 세력에 미소를 보내는 것이 평화일 순 없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그제 “위기는 미소 띤 얼굴로 찾아온다”는 내용의 편지를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경제위기에 미리 대처하라는 주문이겠으나 안보위기에 처한 우리 국민에게 보내는 당부처럼 들린다. 위장된 평화는 도발보다 위험하다. 미소에 속으면 경계가 풀어져 대비조차 할 수 없는 까닭이다. 안보 재앙은 그 틈을 파고든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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