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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지자체 ‘수당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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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4 21:41:51 수정 : 2019-03-24 21: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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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현금지급 복지사업 폭증 / 어떤 곳은 재정 여건상 도입 못 해 / 불평등·갈등의 불씨 될 우려 커 / 지역차별 없는 복지사업 돼야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A(28)씨는 서울시가 같은 또래에게 지급하는 청년수당이 부럽기만 하다. 서울시가 일시적이지만 청년에게 지원하는 50만원의 수당은 한 푼이 아쉬워 교내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A씨에게는 큰돈이기 때문이다. 또 A씨는 채용 면접 때 입을 양복 구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양복대여 서비스를 도입하는 자치단체의 세심한 배려 정책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복지 혜택 차별이 점점 커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했다.

지금 전국 자치단체가 현금을 지원하는 ‘수당’신설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현금지원을 보면 ‘수당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수당이 노인과 장애인 등 형편이 어려운 계층으로 한정됐었다면 지금은 아동·청년·해녀·농민 등 지자체의 특성과 명분에 부합하면 대상 구분 없이 뚝딱 하고 만드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서울시는 19세부터 29세 미취업자에게 6개월 동안 매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강원도는 4년 동안 매월 30만원씩 주는 신생아수당을 신설했다. 전남 해남군은 올해 농가당 연 60만원을 지역 상품권으로 주는 농민수당을 새로 만들었으며 제주도는 2017년 70세 이상 해녀에게 매월 10만∼20만원을 주는 해녀수당을 선보였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선거 한 번 치르고 나면 새로운 수당이 생겨나고 있다. 출마자가 유권자의 표심을 끌기 위해 수당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거나, 단체장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 새로운 수당 만들기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수당 난립을 부채질하고 있다. 수당 신설이 붐을 이루면서 지난해 각 지자체가 주민에게 현금을 주는 복지사업 489건이 새로 생겨났으며 여기에 지출된 예산만 4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히 ‘수당공화국’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현금수당은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약화하는 것은 물론 중복지급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울 중구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10만원의 지역 화폐를 주는 어르신 공로수당과 강원도의 신생아수당은 각각 기초연금, 아동수당과 중복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수당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해당 지자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며, 이런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가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A씨 사례에서 보듯이 공공 서비스의 차별은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지역이 다르고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이유로 공공복지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새로운 지역 차별이 될 수 있다. 참전유공자에게 지급하는 명예수당이 광역지자체마다 다르고 같은 광역지자체 내 기초자치단체별로 다른 것도 개선되어야 할 수당 지역 차별의 사례에 속한다.

서울 중구의 어르신 공로수당을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속한 자치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엄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수당이 필요한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히 정부나 지자체가 할 일이다. 현금수당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지역주민이 수혜자인 만큼 대놓고 탓할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서울시 청년수당 같은 정책은 벤치마킹해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정책을 재정 여건 때문에 따라 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치단체가 주민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수당을 독자적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가가 직접 시행해 혜택이 전 국민에게 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건의하는 것도 지자체의 중요한 역할이고 더 의미 있는 행정행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회보장제도의 신설과 변경 등을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수당 신설을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현금수당을 정밀하게 점검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수당은 전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 수당이 상대적 박탈감의 대상으로 전락해 또 다른 지역 차별을 불러오거나 세대갈등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 불평등이나 갈등의 불씨로 남게 해서는 안 된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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