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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대통령, 빛바랜 말聯 방문

입력 : 2019-03-19 18:38:06 수정 : 2019-03-19 18: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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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어로 인사말 실수 / 방문국 배려 부족 지적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과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핵심 외교 정책의 일부인 신남방정책 추진에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남방정책은 외교 다변화 차원에서 문재인정부가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국가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최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3개국 순방을 마무리한 문 대통령은 19일 “신남방정책은 대한민국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이라며 “국가의 발전에 따라 외교와 경제의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올해 첫 순방으로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인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다녀왔다”며 “아세안은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평가와 달리, 청와대가 이번 순방국의 한 곳인 말레이시아에서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의 총리실에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 말이 아닌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말을 건넨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슬라맛 소르’라는 현지어로 인사를 건넸다. 청와대는 당시 이 표현이 말레이시아의 오후 인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현지 장관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뉴시스

하지만 이 표현은 말레이시아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어 표현이다. 말레이시아어의 오후 인사말은 ‘슬라맛 쁘탕(Selamat petang)’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발음한 ‘슬라맛 소르’는 인도네시아어 ‘슬라맛 소레(Selamat sore)’의 영어식 발음이다. 인도네시아어의 뿌리가 말레이시아어에 있기 때문에 두 언어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해명할 수는 있지만, 방문국 언어에 대한 이해 없이 결례를 저지른 것이다.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하는 국가 정상들의 만남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실수라는 이야기다.

고영훈 한국외국어대 아시아언어문화대학장은 “우리 대통령이 오후 3시에 저녁 인사(슬라맛 말람)를 했다는 현지 대학교수의 전언도 있었다”며 “말레이시아가 오래전부터 한국을 본받자는 ‘동방정책’을 펼치는 나라인데, 이런 이해 부족을 드러낸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고 학장은 이어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사전에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도 들었더라면 실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경찬 영산대 교수도 “표현도 잘못이지만, 현지 국가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한때 소규모 전쟁까지 벌인 국가이며, 영유권 분쟁과 불법체류자 문제 등으로 갈등이 작지 않은 관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례는 단순한 실수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말을 건넨 것은 한국을 순방 중인 외국의 정상이 일본어나 중국어로 인사말을 건넨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통령 통역을 담당하는 인도네시아어 통역은 두 명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말레이시아어 통역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말레이시아어 통역이 있었거나, 제대로 된 대사관 직원이 한 명이라도 대통령 기자회견문을 일별했다면 표현을 바로잡아 주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선형·박현준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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