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키오스크' 대여료 한 달 20만원…취약계층 삼킨다 [밀착취재]

입력 : 2019-03-17 06:00:00 수정 : 2019-03-16 09:48: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최저임금 여파 ‘무인화 바람’ 거세 / 대여료 ‘알바’ 3일치 임금에 불과 / 영업 종료 후 자동으로 정산까지 / SW에 따라 활용 업종도 무궁무진 / 예비 창업자들 주문 상담 줄이어 / 생산업체, 월 200% 무서운 성장률 / “저숙련 노동자 설 곳 잃어” 우려도

‘창업을 위한 맞춤서비스로, 어떤 업종에도 설치가 가능합니다.’

‘터치 몇 번으로 주문과 결제를 한 번에, 다국어 지원으로 외국인 고객대응 가능, 인건비 절감 및 고객서비스 집중 등….’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상반기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를 찾은 예비창업자 중 상당수가 솔깃할 만한 홍보를 하는 ‘키오스크(kiosk)’업체 부스 앞에 멈춰섰다. 대부분 터치스크린 방식인 키오스크는 음식 등 상품 주문과 결제, 매출 관리,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 등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무인 정보단말기’다. 300여개 프랜차이즈 업체가 참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 박람회에 온 예비창업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의 여파 최소화임을 짐작케 했다. 이들이 키오스크업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연동 ‘무인 주문’ 결제시스템 업체나 ‘100% 무인시스템’을 이용한 스터디 카페와 편의점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해당 기업들은 ‘최저임금 부담 완화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눈도장 찍기에 바빴다.

예컨대 키오스크의 경우 업체와 기기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기당 한 달 대여료가 6만5000∼20만원에 불과하다. 업주 입장에서 한 달에 20만원짜리로 빌려 쓴다고 해도 하루 8시간(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 기준) 일하는 직원의 3일치 임금밖에 안 되니 안 쓸 도리가 없는 셈이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예비 창업주 A씨는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손님에게 불편을 줄 수 있겠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키오스크 도입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음식을 나르는 로봇을 선보인 업체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하면 (여러 업종에서) 무인화가 더 촉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장에서 인건비 부담은 가중되고 기술혁신이 맞물린 데다 스마트 기기에 열중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시장의 무인화 바람’도 거세질 전망이다. 그만큼 노동 취약계층이 더욱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무인시스템을 강조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키오스크, ‘저비용·고효율’ 바람 타고 확산

키오스크는 약 10년 전 도입된 이후 한동안 관공서와 은행, 공항, 기차역,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서 단순 안내 역할을 맡는 등 별로 활성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7년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세가 예고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최저임금이 실제로 확 뛰면서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키오스크 도입이 확산됐고 인건비 부담에 두손 든 자영업자들도 가세했다.

서울에서 아내와 작은 일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매출이 적어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형편이 안 된다”며 “무인단말기가 주문과 계산을 담당하고 아내와 음식을 만든다. 적은 비용에 효율이 좋아 무인단말기 도입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창업자 C씨도 “사람을 고용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나 인건비를 많이 아낄 수 있고 영업 종료 후 자동으로 정산까지 된다니 키오스크를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키오스크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부담을 느낀 업주들 문의가 쏟아지면서) 요즘은 하루 출고량이 200대가 넘는다”며 키오스크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 안 가리고 진격하는 키오스크… 취약계층 일자리 잠식 우려

이미 프랜차이즈업계에선 키오스크가 자리를 잡고 앉은 모습이다. 키오스크 개발·유통업체 D사 측은 “프랜차이즈 대기업에서 무인단말기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무인단말기 사업을 시작한 후 최근까지 24개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단말기를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향상으로 키오스크의 기능도 고도화하면서 도입 분야도 확대될 조짐이다. 상품의 주문, 예약 등 대면 서비스부터 위치안내, 상품 안내 등의 정보전달 기능 등 내부 소프트웨어에 따라 키오스크 활용법이 무궁무진하게 된 것이다. 이날 박람회에서도 요식업계뿐 아니라 빨래방, 노래방, 스터디 카페, 스크린 골프장, 게임방 등 다양한 창업 업체들이 키오스크와 유사한 시스템을 앞세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키오스크 제작·유통업계는 반색이다. 관련 업체는 2년 전쯤부터 본격 등장해 현재 10여곳이 있다고 한다. 매달 20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E사 관계자는 “(키오스크) 시장규모가 약 70만대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이나 중국과 미국은 얼굴인식기술을 도입해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키오스크는 서비스업 전반에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도 “키오스크가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들을 대체함과 동시에 공급가격마저 낮아져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근로자를 선호하는 사업장이라도 임금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키오스크가 확산되는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키오스크로 상징되는 무인화 바람은 대개 노동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쓸어버릴 공산이 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무인화를 거부할 수도 반길 수도 없는 고약한 상황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다.

 

사진·글=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미소 천사'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