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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날, 힐링! 예산

봄빛이 완연하다. 햇살 좋은 날 ‘예와 충절의 고장’으로 불리는 충남 예산을 다녀왔다. 천안 당진 보령 등 다른 충남의 지방자치단체는 몇 차례 여행했으나 그간 예산과는 인연이 닿지 않아 가보지 못했다. 다만 TV에서 인기를 끄는 외식사업가 백종원의 고향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살펴보니 덜 알려져 있을 뿐 가볼 곳이 많은 곳이다. 최근 주목받는 대흥 슬로시티, 천년고찰 수덕사, 국내 최대의 생태 저수지 예당호, 황새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황새공원, 온천수가 쏟아지는 덕구온천 등 역사와 자연, 힐링이 있는 지자체였다. 예산군이 의욕적으로 선보이는 예당호의 출렁다리가 4월 개통된다고 하니 명소가 하나 추가되는 셈이다. 최근 명소가 하나둘씩 늘면서 떠오르는 중부권 관광 지자체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야간조명을 켠 예산호 출렁다리 전경.

◆역사도 배우고 힐링도 가능한 대흥 슬로시티

아침 일찍 출발해 점심 전에 도착한 예산은 벌써 봄빛이 완연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대흥 슬로시티다. 예산군 대흥면 중리길 49는 충남의 보물 같은 마을이다. 이곳은 옛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 지역으로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다양한 역사적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600년 전통의 옛 향교와 조선 태종 때 지어진 대흥동헌, 조선 왕족 태실, 흥선대원군 척화비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슬로시티답게 자연과 역사, 문화와 전통을 고루 갖추고 있다. 봉수산 정상에서 예당호까지 이어지는 고요한 풍경이 힐링에 최고다. 보고 느끼고 누릴 수 있는 명소들이 산재한다. 백제 부흥군도 되어보고, 숲의 정취에도 젖어보고, 슬로시티 대흥마을의 가치도 확인할 수 있다.

슬로시티답게 산책코스가 있다. 3개의 코스로 나뉘는데 5.1km의 옛이야기길은 90분, 4.6km의 느림길은 60분, 3.3km의 사랑길은 50분이 걸린다. 이곳엔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서로의 곳간으로 밤새 볏단을 날랐다는 이성만과 이순 형제 이야기는 전설이 아닌 대흥마을에 전해오는 실화다. 이곳은 2009년 슬로시티로 인증받았다. 생태적으로 우수하고 전통문화,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예산 대흥은 신안 증도, 완도 청산, 장흥 유치, 담양 창평, 하동 악양에 이어 우리나라의 여섯 번째 슬로시티다. 슬로시티 주변으로 조성된 느린꼬부랑길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다. 봄 햇살을 받으며 이곳의 낮은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장년층은 어릴 적 고향마을이나 외갓집 생각이 절로 난다. 4~11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의좋은 형제 장터가 열려 주민들이 손수 재배한 농산물들을 구매할 수 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배맨나무.
​달팽이미술관 전시 작품

수령이 천 년이 넘는 배맨나무는 방문객을 압도한다. 660년 나당연합군의 장군 소정방이 봉수산 임종성에 주둔하고 있는 백제 부흥군을 치기 위해 대흥에 들어왔을 때 타고 온 배를 묶어 두었던 나무다. 주민들은 해마다 2월 느티나무제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을 빈다. 옛 보건지소를 활용해 만드는 달팽이미술관도 눈에 띈다. 연중 다양한 전시회를 열어 주민은 물론 관광객도 즐겨 방문한다.

 

예당호 출렁다리.

◆국내 최대 저수지 예당호와 예당호 출렁다리

 

예당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서울 여의도 크기의 3.7배다. 둘레만 해도 마라톤 풀코스 거리쯤 되는 약 40㎞라고 한다. 예산 8경 중 하나며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으로 꼽힌다. 예당호 주변에는 야영장, 잔디광장, 캠핑장, 조각공원 등이 조성돼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예산 주민들의 안식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붕어·잉어·뱀장어·가물치·동자개·미꾸라지 등 대부분의 민물고기가 살고 있어 낚시꾼들에게는 핫스팟이다. 낚시꾼과 물 위에 떠 있는 좌대는 이곳의 낯익은 장면이다. 풍광이 좋아 주말이면 연인들이 사진 찍으러 많이 온다.

 

예당호의 황금나무.

이곳에 새로운 볼거리가 들어선다. 4월 6일 개통하는 예당호 출렁다리다. 군이 105억원을 투입해 2017년 6월 착공해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출렁다리 전체 402m, 수변 산책로 355m, 부잔교 136m로 이뤄져 있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교각과 교각 사이에 철선이나 쇠사슬을 건너지르고 이 줄에 상판을 매단 현수교다. 주탑과 양옆으로 늘어진 주 케이블 및 행어의 모습은 예산에서 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황새의 몸통과 양 날개를 연상케 한다. 저수지 바람을 맞으며 미리 걸어본 느낌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바다처럼 넓은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와 상쾌하다. 특히 주탑에 올라 저수지를 내려다보는 짜릿함은 그 자체다. 출렁다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주변 카페는 벌써 관광객이 몰린다. 특히 야간조명이 환상적이다. 야간 데이트 명소로 이미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는 게 문화해설사의 설명이다. 예당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황금나무다. 나무의 종이 황금나무가 아니라 해가 질 때 나무에 황금빛 햇살이 내려와 나무가 황금빛으로 다가와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곳에서 KBS 드라마 ‘산 넘어 남촌에는’을 촬영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황새공원 전시관.

◆황새의 복원 1번지 황새공원

 

예산은 황새의 고장이다. 옛날부터 예당평야와 삽교평야가 형성된 범람원 분지였다. 논과 수로에 개구리 물고기 뱀 곤충 등이 많아 최적의 황새 서식지였다. 광시면 시목대리길에는 국내 유일한 황새공원이 있다. 이곳에선 망원경 없이도 코앞에서 황새를 직접 만날 수 있다. 붉은색의 긴 다리를 우아하게 움직이며 일광욕을 하는 황새 무리를 볼 수 있다. 예산군은 자연환경 훼손으로 멸종됐던 생물종인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텃새 황새의 복원을 위해 2009년 6월 문화재청의 황새마을 조성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예산황새공원을 조성했다. 2014년 6월 황새 60마리가 이곳에 둥지를 마련한 데 이어 이후 2015년 봄 14마리의 황새가 태어났다. 2015년 9월 첫 자연방사(8마리)를 시작으로 매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해설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500마리 정도만 남아있다는 멸종위기의 황새가, 그중에서도 6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이곳에선 한마디로 황새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다. 황새와 뱁새의 차이도 배운다. 황새는 112cm, 뱁새는 13cm다 10배나 차이가 난다. 입구에 방문객들은 복을 비는 쪽지들을 매단다. 황새가 마을의 복을 주는 길조로 여기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방문객에게 보여주는 단편영화는 스토리가 감동적이다. 부부애와 모성부성애가 각별한 조류임을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황새종이모형 만들기, 황새 퍼즐 맞추기, 황새팔찌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는 학습장이 있어 어린이 방문객이 많다.

 

수덕사.

◆예산의 제1경으로 천 년 사찰 수덕사

 

덕숭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천 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찰이다.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554∼597) 재위 시에 창건된 것으로 학계에서 추정하나 창건 기록은 불분명하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대웅전(1308년 건립)이 자리 잡고 있다. 석가모니 불상을 모셔놓은 대웅전은 국보 제49호로 지정돼 있다. 백제 계통의 목조 건축양식을 이은 고려시대 건물로, 특히 건물 옆면의 장식적인 요소가 아름답다. 고려시대에 유행한 주심포 양식이고 정면 3칸, 측면 4칸 규모의 맞배지붕이다. 대웅전 배흘림기둥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과 같다. 바른 돌쌓기 형식의 기단에 사각형의 자연석으로 기둥 놓을 자리를 북돋게 조각한 주춧돌을 놓았고, 그 위에 배흘림기둥을 세웠다. 경내에는 정혜사, 전월사, 금선대, 향운각, 소립초당, 견성암, 환희대, 만월당, 선수암, 운수암, 극락암 등이 산재돼 연중 불자와 관광객이 몰린다.

 

수덕여관도 빼놓을 수 없다. 동양 미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드높인 고암 이응로(1905~1992) 화백이 요양하며 작품활동을 하던 곳이다. 한국전쟁 때 피난처로 머물던 집으로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작품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돼 있다. 초가지붕을 이은 여관은 그 모습만으로도 이채롭다. 여관은 정면 5칸, 뒤편으로 각각 6.5칸과 4칸이 ㄷ자형으로 날개를 이룬다.

 

은성농원 전시관.

예산사과를 체험하고 사과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곳으로 군에서 추천하는 은성농원도 가볼 만하다. 2004년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곳으로 2만평의 사과밭에 6000그루의 사과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농장이다. 친환경 방식으로 사용하여 사과 와인과 브랜디를 생산하고 있으며 사과파이 만들기, 사과잼 만들기 등 체험행사를 할 수 있다. 이 밖에 저렴하게 국밥을 먹을 수 있는 예산읍의 ‘백종원의 국밥거리’, 윤봉길의사기념관,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도 시간이 되면 가보길 권한다.

 

예산=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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