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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그곳'은 어디?

입력 : 2019-03-11 17:00:32 수정 : 2019-03-11 1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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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운대맥주, 제주위트에일, 강서맥주, 달서맥주 등 특정 지역 명을 브랜드에 사용하는 주류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강서맥주와 달서맥주는 지난해 7월에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들과의 만찬에서 만찬 주로 사용했다. 이후 강서맥주는 국산 병 맥주 판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른바 '인증 대란'이 일어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이같이 지역 명을 브랜드로 이용하는 데에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겨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역 대표 맥주임을 알리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확고히 해주고 신뢰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확실한 정체성과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모래 위에 성을 짓듯 하루 만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세계 1차 대전 이전부터 지역 명을 브랜드로 사용하면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맥주가 있었다. 최근에 마케팅 전략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에는 10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맥주 덕분이 아닐까.

 

일본의 시부야구 동쪽 끝으로 가면 에비스가든플레이스, 에비스히가시공원, 에비스맥주박물관이 모여 있는 에비스(EBISU) 지역이 있다. 이 때문에 쉽게 에비스 지역 명을 따라 에비스맥주 이름을 지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 반대다.

 

원래 에비스맥주 공장은 도쿄 부 메구로 구 미타에 있었다. 처음에는 유통되는 맥주를 마차로 실어 날랐지만, 판매량 증가로 1901년 출하 전용 화물역 에비스 정류장이 만들어졌다. 1906년에 화물역 에비스 정류장 옆에 만들어진 여객 역이 현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에비스 역이다.

 

에비스맥주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지역 명을 바꾸고, 역의 이름 역시 만든 것이다.에비스 역에서는 열차가 들어올 때 에비스맥주 CM송인 ‘제3의 남자’가 울려 퍼지며 에비스맥주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칭다오맥주는 12년 연속 포춘지 선정,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중국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브랜드로 인정받았다. 칭다오맥주 생산국가인 중국에서 ‘국민맥주’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 이름 또한 중국의 산둥반도의 지역 명 ‘칭다오’를 빌렸으니 으레 중국 기업이 제조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세인들의 인식과 달리 칭다오맥주 기원은 독일에서부터 시작된다. 19세기 초반, 서양의 세력이 동양을 점령하던 시기였다. 1897년에 독일 군대는 칭다오 지역을 차지해 1913년에 맥주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중국은 이 시기를 극복하고 칭다오맥주 지분을 다시 찾아왔다.

 

이는 중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민족의 희생이 담긴 뼈 아픈 역사지만, 덕분에 칭다오맥주에는 칭다오 지역의 맑고 풍부한 수자원과 맥주 강국이라 불리는 독일의 양조 법이 투영되어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인정받는 칭다오맥주가 탄생하게 됐다.

 

삿포로맥주는 메이지 시대에 홋카이도 개발 청인 가이타쿠시가 삿포로에 설립한 양조장에서 출발했다. 이곳에서 삿포로 라거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886년 삿포로 양조장이 민영화되었고, 1년 뒤 삿포로 맥주회사가 되었다.

 

삿포로맥주는 현재 일본 현지에서 점유율 Top3안에 들며, 굳건히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 삿포로맥주는 일본 맥주 중에서 목 넘김이 가장 좋은 맥주로 소문나 있다. 특히 맥주의 풍미를 저해하는 성분인 LOX-1을 포함하지 않은 보리에서 얻은 맥아인 ‘산화방지맥아’를 사용해 맥주의 거품과 깊은 맛을 오랫동안 유지해준다.

 

삿포로맥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와 호프부터 철저한 협동계약재배를 원칙으로 해 제조 공정부터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현장까지 철저히 관리한다. 이러한 노력들 덕분에 삿포로 맥주는 첫 잔부터 끝 잔까지 동일한 맛을 유지하며, 어느 안주와도 잘 어울리는 맥주로 잘 알려져 있다.  

 

주류업계에는 마케팅 전쟁이 매일 같이 치열하게 전개되며, 요즘 세대에 없어서는 안될 SNS 또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강서맥주, 달서맥주, 제주에일맥주 등 지역 명을 토대로 한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으며 큰 힘을 얻고 있다.

 

매 해마다 마케팅 트렌드가 새롭게 바뀌며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은 새롭게 탄생되는 것보다 이전의 트렌드가 돌고 도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트렌드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뜨겁게 호응을 받으며 성공한 숨겨진 마케터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 보는 것도 앞으로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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