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심장병 수술에 필요한 재료인 인공혈관 수입 중단으로 수술 지연 등의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가 제조사 방문 일정을 잡는 등 대응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인공혈관 제조사인 고어(GORE)사의 미국 본사를 긴급 방문해 소아심장수술(폰탄수술)에 필요한 인공혈관 공급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앞서 고어사가 봉합사(수술용 실) 공급은 재개하기로 했으나 인공혈관 공급은 거절해 직접 만나기로 했다.
폰탄수술이란 심장 우심방과 폐동맥 우회술을 총칭한 것으로, 인공혈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아 심장 수술용 인공혈관은 고어사가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고어사는 2017년 9월 국내에서 철수했다. 식약처는 고어사가 국내 품질관리 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의료기기 품질관리 기준인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지켜야 하는데, 고어사가 GMP 갱신 심사 등 별도의 투자를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매년 국내에서 40∼50건의 소아 심장혈관 수술이 이뤄지는데 인공혈관 건강보험수가가 낮아 고어사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경제성에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문제는 대체품이 없다는 것이다. 1년여간 병원 재고 등으로 버텨왔지만 물량이 떨어졌다. 환아들은 수입이 재개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술을 한 달 앞둔 3살 아이가 해당 제품이 없어 일정이 취소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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