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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청사탁영 탁사탁족' '목계지덕' [기자메모]

입력 : 2019-03-05 16:18:02 수정 : 2019-03-05 16: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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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평소에도 항상 직원들과 같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해외 출장도 보좌 없이 혼자 다니는 등 소탈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 회장이 롯데 계열 매장 등을 둘러보거나 외부에서 도보 이동할 때 시민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하면 흔쾌히 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경영인들에게 항상 '준법경영'을 강조하던 신 회장만의 방식도 있다. 그는 신임 대표이사가 내정되면 부임 전 2가지를 선물한다.

하나는 ‘청사탁영 탁사탁족(淸斯濯纓濁斯濯足)’문구가 표구된 액자고, 두번째는 ‘목계(나무로 된 닭)’다.

‘청사탁영 탁사탁족’은 ‘물이 맑으면 갓 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뜻의 한자성어로 그 의미는 영화로움이나 욕됨이 다 자신의 옳고 그름, 맑고 흐림에 달렸다는 말이다.

서울 가회동에 거주하는 신 회장은 혼자 인사동을 거닐다 문구의 뜻이 마음에 들어 표구 액자를 구입한 후 본인의 집무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놓았다고 한다. 그 후 모든 대표이사들이 성어에 담긴 뜻을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표구 액자를 선물하기 시작했다는 것.

나무로 만든 닭인 ‘목계’를 선물하는 의미는 대표이사들이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으며 겸손과 여유로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하는 ‘목계지덕(木鷄之德)’을 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신 회장이 신임 대표이사들에게 선물을 주는 모습은 마치 군왕이 부임지로 떠나는 지방 수령들에게 선정을 베풀라며 당부하는 풍경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일본식 사고가 강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평가와 달리 신 회장은 오랜 해외 생활로 '글로벌 마인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미국 콜롬비아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후 노무라증권에서 일할 때 대부분의 기간을 런던지점에서 근무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여러 문화권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문화를 피부로 접하고, 선진화 된 기업지배구조를 자연스럽게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기업에게 요구되는 글로벌 기준에 대한 인식도 깊이 하고 있어 롯데그룹 전문경영인 평가에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를 적용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은 친인척들이 경영에 참여하지만, 신 회장은 가족과 경영을 분리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경영권 승계 위험성과 전문적이지 않은 친인척 집단이 경영에 관여하고 특혜를 누리는 것은 비도덕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사장단 회의에서도 친인척 특혜가 있어선 안 된다고 늘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신 회장의 세 자녀 모두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친척 중 경영 일선에 있는 인물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차녀인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가 유일하다.

신 회장의 품성과 리더십을 정의하자면 '소박·소탈한 인간미와 투명한 기업 만들기를 강조하고, 누구보다 본인이 앞서 실행했던 경영인'이라고 하고 싶다.

보통 총수나 대표이사가 부정을 저지르면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등에선 온갖 비난 글로 속칭 도배가 된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신 회장이 1심에서 법정구속됐던 당시 롯데 블라인드에는 비난은 없고, 그의 억울함을 성토하는 게시물이 주를 이뤘다. 이는 그만큼 신 회장이 그간 어떤 경영을 해왔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롯데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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