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대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하노이 현지로 향발했고 김 특별대표는 20일 하노이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이르면 21일부터 ‘하노이 혈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측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 28일 회담 후 발표할 ‘하노이 선언’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북핵 진로와 한반도 향후 정세가 판가름난다.
양측 대표가 정상회담을 1주일 남겨 놓고, 처음으로 실질적인 협상을 하기 때문에 ‘빅딜’을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2차 정상회담에서는 영변 핵 단지 폐기와 종전 선언,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연락관 상호 파견 등이 포함된 ‘스몰딜’을 하고,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양측이 장기전을 펼칠 가능성이 커졌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 |
비건-김혁철 라인은 지난 6∼8일 평양에서 1차 실무협상을 벌여 서로 ‘희망 사항’을 교환했다. 미국은 국제적인 사찰이 보장된 영변 핵 단지 폐기와 함께 핵·미사일 시설도 폐기 대상에 포함하는 ‘영변+α’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성의를 보이면 종전 선언,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연락관 파견 등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대북 제재 완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로 인한 북·미 대립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남북경협 카드를 활용할지 주목된다. 현 단계에서 개성 공단 재가동은 어렵지만,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여지는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경협사업에서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힌 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이날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 국립컨벤션센터(NCC) 등 김 위원장의 숙소와 회담장 후보지를 둘러봤다.
한편 김 위원장은 내달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현재로선 내달 김 위원장의 방중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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