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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총성 대신 웃음소리 울려 퍼지다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관련이슈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입력 : 2019-02-21 10:00:00 수정 : 2019-02-21 10: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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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 (1)/ 제1차 세계대전 촉발 비극의 다리 ‘라틴교’ / 전쟁이 앗아간 목숨, 차량의 경적 소리가 슬픈 비명처럼 들려 / 깊디깊은 상흔 딛고 거리 곳곳 희망 꿈틀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 다리 위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눈물을 머금은 빨간 눈처럼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오래지 않아 전쟁의 아픈 기억은 사라지겠지만 가슴에 아로새긴 교훈은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래본다. 모스타르를 뒤로하고 붉게 물든 하늘을 따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로 향한다. 모스타르에서 130Km, 동북쪽으로 2시간 정도 운전하니 보스나 강 지류인 밀랴츠카 강이 보인다. 드디어 사라예보 시내로 들어섰다. 혹시 저 멀리 보이는 다리가 제1차 세계대전의 계기가 됐던 사라예보 암살사건이 발생한 라틴교일까? 순간, 도시의 화려함보다 역사적 한 장면이 떠오르며 어깨에 소름이 내려앉는다. 하늘은 어느새 컴컴한 어둠으로 덮이고 거리는 가로등 불빛과 지나치는 차량 헤드라이트들로 반짝인다. 두근거리는 마음은 사라예보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는 순간까지 가라앉지 않는다.

라틴교. 제1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인 사라예보 암살 사건으로 유명하다.
1461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세워진 이래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사라예보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가 암살되어 제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된 역사적 현장이다. 우리나라에게는 1973년 이 에리사가 주축이 된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단체전 우승으로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1984년에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세계 주목을 받았으나 불과 8년 뒤에는 근대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포위되었던 전쟁터가 되기도 했다. 참혹했던 당시 전쟁은 뉴스를 통해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현장에 있었던 지인들 경험을 전해 듣기도 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도시 한구석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며 첫날밤을 맞이한다.

노란색 홀리데이 인 호텔. 역사적인 현장을 마주하던 건물을 지나 대로를 따라 걸으면 오늘날의 사라예보를 만날 수 있다.
사라예보의 총탄 흔적이 남아있는 건물들.
전쟁을 기억하게 하는 말리공원과 벨리키 공원. 가이드는 조각상과 기념비마다 멈춰 서서 설명을 한다.
아침 식당 모습은 여느 호텔과 다를 바 없다. 비즈니스 정장차림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여유로운 식사를 즐긴다. 호텔 로비에서 가이드를 만나기 위해 잠시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어제와는 다른 느낌의 사라예보다. 역사학을 전공했다는 가이드는 호텔을 나서며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보스니아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역사적인 현장을 마주하던 노란색 홀리데이 인 호텔 건물을 지나 대로를 따라 걸으면 오늘날의 사라예보를 만날 수 있다. 폭격으로 무너져버린 건물들 흔적은 전쟁 상흔을 딛고 일어선 현대적인 건물들로 바뀌어 가고 있다. 건물들 스카이라인을 따라 전쟁을 기억하게 하는 말리공원(Mali Park)와 벨리키(Veliki Park) 공원을 지난다.

길 따라 걸으니 2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앞에 이르렀다.
도심에서 커다란 체스를 두는 어른들과 공원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가이드는 조각상과 기념비마다 멈춰 서서 설명을 한다. 얼마나 관광객들에게 설명을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느껴진다. 전쟁에서 잃은 가족들의 슬픈 얘기와 어린아이들의 사연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큰 대로에서 들려오는 차량들의 경적 소리가 그날의 비명처럼 느껴진다. 길 따라 걸으니 2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앞에 이르렀다. 유고슬라비아 시민군을 기리는 영원한 불꽃 기념탑은 변함없이 타오른다. 가이드 설명은 보스니아 전쟁을 지나 오늘의 사라예보로 이어진다. 시내를 바삐 걸어가는 활기찬 시민들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도심에서 커다란 체스를 두는 어른들과 공원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들을 지나쳐 구시가지에 들어선다. 수많은 모스크와 성당을 뒤로하고 어제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라틴교로 향한다.

라틴교는 사라예보를 흐르는 밀랴츠카 강에 놓인 다리이다. 오스만 제국 시대에 건설된 다리로 제1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인 사라예보 암살 사건으로 유명하다. 가이드로부터 제1차 세계 대전을 촉발한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암살, 그날의 역사적 사건을 상세히 듣는다. 한발 총성으로 촉발된 전쟁은 수년 동안 900만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수많은 사람들 삶의 터전을 파괴했다. 전쟁 참상과 아픔을 생각하며 다리 주변을 맴돌다 구시가지로 다시 돌아왔다.

바슈차르야 광장 주위에 14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유서 깊은 시장은 문화적 명소로 식사와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바슈차르야 광장 주위는 1400년대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시장이 자리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문화적 명소로 식사와 쇼핑을 즐길 수 있다. 1532년에 완공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최대 이슬람 사원이자 발칸 제국의 주요 오스만 건물 중 하나인 가지 휘스레브베그 모스크(Gazi Husrev-beg Mosque)부터 예수 성심 성당까지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성당은 프랑스 디종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프라하 성테인 대성당에서 영감을 얻어 지어졌다고 한다. 다른 종교 건축물이지만 주위 이슬람 사원과 오스만 건축물들과 낯선 느낌 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구시가지 관광명소로 자리한다. 교회 내부는 유명 화가의 프레스코화가 풍요롭게 장식되어 있다. 또한 20세기 초 대주교의 무덤과 전쟁이 끝난 1997년 사라예보를 방문하여 평화와 관용의 메시지를 전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동상까지 사라예보의 역사를 품고 있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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