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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경쟁력인 시대 vs 외모지상주의 지양해야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2-23 05:00:00 수정 : 2019-02-23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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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는 최근 방송프로그램 출연자 외모 가이드라인이 각종 논란을 야기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을 손보겠다고 밝혔는데요.

여가부는 지난 19일 논란에 휘말린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일부 표현, 인용 사례는 수정 또는 삭제해 본래 취지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여가부는 2017년 펴낸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보완한 개정판을 지난 12일 방송국과 프로그램 제작사 등에 배포했는데요.

개정판에는 '방송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부록으로 추가됐습니다.

외모지상주의를 지양하고 다른 외모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었는데요.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습니다.

안내서는 '음악방송 출연 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라는 제목의 사례에서"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은 심각하다"며 "대부분의 출연자가 아이돌 그룹으로, 음악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의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며 "외모의 획일성은 남녀 모두 같이 나타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가 아이돌 외모 검열?"…하태경 "여가부 외모 가이드라인 전부 폐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정부가 방송 출연자의 외모까지 간섭하려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최근 여가부 외모 가이드라인 논란에 "아이돌의 여가부 외모보다 훨씬 다양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하 최고위원은 "여가부는 아직도 자기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전혀 본질을 파악 못하고 있다"며 "여가부는 외모 가이드라인 전부를 폐지해야 한다. 진선미 장관의 검열 독재 발상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방송프로그램 출연자 외모 가이드라인이 논란에 휘말리자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돌은 대한민국과 전 세계인이 환호한다. 엄청난 국위선양과 그것을 통해 외화를 획득하고 세금을 내고 있다"며 "그 세금을 받아먹고 운영하는 여가부가 '아이돌이 밉다. 다 죽이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이어 "이건 유신시대나 있었던 전체주의적 발상이고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진 장관이 반헌법적 발상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여가부를 반헌법적 기구로 명시하고, 여가부 해체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여가부는 "안내서는 방송사, 제작진들이 방송현장에서 자율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규제나 통제라는 일부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가이드라인 개선 방침을 밝히면서 추가적인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여가부는 "방송에서 보이는 과도한 외모지상주의는 일반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프로그램 제작할 때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는 차원에서 부록을 보완했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제안을 검열, 단속, 규제로 해석하는 것은 안내서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방송 제작을 규제할 의도가 없으며 그럴 권한도, 강제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가부 "과도한 외모지상주의 청소년에게 부정적…규제로 해석하는 건 취지 왜곡하는 것"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 최근 YTN에 출연해 "결국 여론에 떠밀려서 삭제를 했는데 여가부가 지금 양성평등의 기준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양성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기존 남성 우월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다"며 "이런 차원에서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맞는데 지금 이것도 또 하나의 차별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예인에게 있어 외모는 일종의 역량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염 교수는 "연예인들은 연기력이라든지 가창실력이라든지 이런 모든 것들이 자신의 역량"이라며 "지금 다양한 외모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어떤 외모를 갖춘 연예인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도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다양성을 존중함에도 시대 흐름과 맞지 않게 이를 검열하고 통제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여론이 악화했고 여가부는 이 부분을 삭제했는데요.

물론 고의가 아니고, 전체가 아닌 일부가 그렇다 하더라도 이같은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표현이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지적입니다.

외모지상주의 지양 등은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과연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일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외모지상주의 지양해야 하지만 정부가 불필요한 논쟁 불 지펴선 안돼

최근 온라인상에서 어린 아이들의 메이크업 관련 글이나 영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학생들의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은 존재했지만 점차 그 연령대가 초등학생, 미취학 아동 등으로까지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외모지상주의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2018년 유아용 메이크업 용품 매출이 2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11번가 역시 2018년 어린이 화장품 거래액이 전년 대비 338%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녹색건강연대가 2017년에 발표한 전국 초·중·고 학생 4736명 대상의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행태’ 조사 결과에서 여학생의 경우 초등학생 절반(50.5%)이 색조 화장을 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초등학교 여학생 절반, 색조화장하는 대한민국?

한국의 미용 산업을 일컫는 'K 뷰티 산업'의 급성장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습니다.

SCMP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미용 산업 규모는 130억 달러(한화 약 14조원)로 세계 10위 규모입니다. 스킨케어 화장품 수출만 해도 2020년 72억 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한국의 화장품 산업이 이 같은 규모로 성장한 것은 한국 화장품 제조 기술의 급격한 발전도 일조했지만, 그 이면에는 외모로 여성을 평가하는 획일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습니다.

한 여성 금융 컨설턴트는 "내가 화장을 하지 않은 채 출근하면 사람들은 내가 더 나이 들어 보인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며 "고객과 만날 때면 화장을 더 짙게 하고 가라고 동료들은 충고한다"고 전했는데요.

SCMP는 "한국에서는 클린저, 토너, 마스크, 모이스처 등 한 번에 10단계의 화장을 해야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광고한다"면서 "여성의 외모가 사회적 성공을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뷰티 신화'가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선입견과 함께 한국의 성차별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는데요.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성 격차 지수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144개국 가운데 118위에 그쳤습니다. 이는 중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SCMP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한국 정부도 입사지원서에서 사진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개선은 수십 년 전에 이미 이뤄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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