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문건은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에서 나왔다고 한다. 당시 김은경 장관에게 보고됐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지난해 말 청와대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이 이런 의혹을 폭로하자 거짓 해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처음엔 “문건을 만든 적도 없다”고 잡아뗐다가 “실무자가 김 수사관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준 것일 뿐이고 윗선에 보고된 바 없다”고 말을 바꿨다. 모두 거짓말이었음이 이번에 확인된 셈이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정부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 폭력”이라면서 “다음 정부는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을 모조리 감옥에 보냈다. 그런 정부에서 과거 정부와 똑같은 구태를 저질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KBS 이사를 쫓아내기 위해 감사원까지 동원했고, 방송 장악 시나리오를 담은 여당 문건이 공개된 일도 있었다. 실제로 김 수사관은 “전국 330개 공공기관의 660명 임원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낙하산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찰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얼마 전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정부 유전자(DNA)에는 민간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블랙리스트 DNA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규명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이참에 ‘못된 짓’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것이 전임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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