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박영심씨가 1944년 9월 3일 만삭의 몸으로 중국 쑹산에서 포로로 잡힌 뒤 다른 피해자들과 찍힌 사진. 왼쪽 남성은 중국군 병사.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제공 |
박씨의 사진은 1944년 9월 3일 촬영됐다. 그는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때 사진 속 여성이 자신임을 증언했다. 박씨는 1939년 평양에서 중국 난징으로 끌려갔다가 버마로 이송됐다. 일본군 전세가 기울자 가까스로 참호에서 탈출한 박씨 일행은 옥수수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숨을 돌리다 중국인 농부에게 발견됐다. 이들은 미·중 연합군 포로가 됐고, 중국군 병사와 함께 사진에 찍히게 됐다.
1944년 8월 13일 버마 미치나에서 포로로 잡힌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20명과 미군 4명이 사진에 찍혔다.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제공 |
실물 사진 3점은 아시아·태평양 전쟁 중 미군이 만든 사진 앨범의 일부다. 제작 시기는 1944∼45년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쯤 개인 소장자를 통해 이 사진들을 확보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 사진들을 비롯해 그동안 연구팀이 발굴한 사료, 사진, 영상 등이 선보인다. 일본인과 조선인들의 귀환에 대해 다룬 뉴욕타임스 신문 실물(1946년 3월 2일자), 쿤밍보고서 및 축섬승선자 복제본 명부, 일본군 위안부 최초 증언자 배봉기의 사진 등이 포함된다. 전시 주제인 ‘기록 기억’에는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보여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기록’해 계속해서 ‘기억’해 나가기 위한 의지를 담았다.
전시는 위안부 강제동원 과정이나 피해 경험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 귀향 여정 및 이후의 삶을 함께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전시 기간 중에는 매주 주말마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강연 행사가 총 4회에 걸쳐 열린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전시는 지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연구 지원을 중단했을 당시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이 함께 진행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발굴 사업의 결과물”이라며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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