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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은 만삭의 피해자… 그녀들의 용기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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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8 13:01:20 수정 : 2019-02-18 14: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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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실물 사진 3점 최초 공개 맨발의 만삭 위안부는 흙비탈에 힘겹게 기대섰다. 다른 여성들도 잔뜩 지쳐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였던 고 박영심씨가 중국에서 미·중 연합군의 포로가 된 뒤 찍힌 사진이다. 이즈음 박씨는 하혈 중이었고 결국 사산했다. 박씨의 사진을 포함해 그간 스캔본으로만 국내에 전해졌던 일본군 위안부 실물 사진 3점이 오는 25일 전시회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박영심씨가 1944년 9월 3일 만삭의 몸으로 중국 쑹산에서 포로로 잡힌 뒤 다른 피해자들과 찍힌 사진. 왼쪽 남성은 중국군 병사.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제공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은 25일부터 3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열리는 ‘기록 기억: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 전시를 통해 박씨의 사진 1점과 버마 미치나에서 한국인 위안부 여러 명이 모여 있는 사진 2점을 공개한다고 18일 밝혔다. 실물 사진들은 가로 29㎝, 세로 21㎝로 인화된 상태이며, 보존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진들은 그동안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고 있던 사진의 스캔본만 공개돼왔다.

박씨의 사진은 1944년 9월 3일 촬영됐다. 그는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때 사진 속 여성이 자신임을 증언했다. 박씨는 1939년 평양에서 중국 난징으로 끌려갔다가 버마로 이송됐다. 일본군 전세가 기울자 가까스로 참호에서 탈출한 박씨 일행은 옥수수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숨을 돌리다 중국인 농부에게 발견됐다. 이들은 미·중 연합군 포로가 됐고, 중국군 병사와 함께 사진에 찍히게 됐다.

1944년 8월 13일 버마 미치나에서 포로로 잡힌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20명과 미군 4명이 사진에 찍혔다.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제공
함께 공개되는 다른 사진 2점은 1944년 8월 14일 버마 미치나에서 포로로 잡힌 일본군 위안부 20명과 미군 4명이 찍힌 사진이다. 사진 속 위안부들은 무표정 속에 불안한 눈빛을 띄고 있다. 얼굴을 감추려는 듯 고개 숙인 여성도 있다. 당시 이들은 일본계·중국계·본토 미군들에게 심문 받았다. 위안부들은 일본어가 서툴렀고 미군들은 이해관계가 다르다보니, 여성들의 고통은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실물 사진 3점은 아시아·태평양 전쟁 중 미군이 만든 사진 앨범의 일부다. 제작 시기는 1944∼45년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쯤 개인 소장자를 통해 이 사진들을 확보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 사진들을 비롯해 그동안 연구팀이 발굴한 사료, 사진, 영상 등이 선보인다. 일본인과 조선인들의 귀환에 대해 다룬 뉴욕타임스 신문 실물(1946년 3월 2일자), 쿤밍보고서 및 축섬승선자 복제본 명부, 일본군 위안부 최초 증언자 배봉기의 사진 등이 포함된다. 전시 주제인 ‘기록 기억’에는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보여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기록’해 계속해서 ‘기억’해 나가기 위한 의지를 담았다. 

전시는 위안부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버마 미치나의 조선인 위안부 이야기, 두 번째는 중국 송산과 텅충의 위안부와 박영심의 이야기로 참혹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삶과 죽음을 담아냈다. 세 번째는 중부태평양 축섬의 위안부와 이복순의 이야기로, 승선 기록에 대한 추적을 통해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복원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네 번째는 오키나와의 위안부 배봉기의 삶과 그녀를 기억하는 제2의 증언자 오키나와 주민들을 들여다본다.

전시는 위안부 강제동원 과정이나 피해 경험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 귀향 여정 및 이후의 삶을 함께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전시 기간 중에는 매주 주말마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강연 행사가 총 4회에 걸쳐 열린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전시는 지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연구 지원을 중단했을 당시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이 함께 진행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발굴 사업의 결과물”이라며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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