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벽 설치를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관련 서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전날 미 하원은 장벽 예산으로 13억7500만달러(약 1조5500억원)의 자금이 담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57억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의회 예산을 포함, 총 80억달러(약 9조원) 정도의 장벽 예산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국가비상사태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며, 선포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결정은 법적 논란이 예상된다. 의회는 “대통령 권한 남용”이라며 초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소송전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 선포된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2011년 9·11테러(조지 W 부시), 2009년 신종플루(버락 오바마) 등이 있다. 그러나 국경장벽은 최근 20년간 감소세를 보인 불법 이민자 수 등 비상 상황으로 규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6일 미 언론에 따르면 비영리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은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지방법원에 “다른 목적으로 배정된 자금을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 후 한 시간도 안 돼 소송 제기 방침을 밝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장벽 건설 비용을 충당할 방안을 작년 3월부터 고민해 왔다. 비상사태 선포 아이디어는 현재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인 믹 멀베이니 당시 백악관 예산국장이 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후 국경장벽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전·현직 백악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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