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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2조원 드는 고교 무상교육, 포퓰리즘 논란 뚫을까 [뉴스+]

입력 : 2019-02-17 20:20:41 수정 : 2019-02-17 16: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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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35國 중 한국만 시행 안 해 / 2017년 학부모 설문선 86.6% “찬성” / 무상시행땐 1명 당 年 155만원 혜택 / 교육부, 2학기부터 3학년 대상 추진 / 당국과 예산 3800억 마련안 논의중 / 늦어도 4월 국회선 법개정 이뤄져야 / 여야 이념 대립에 ‘불똥’… 재원 관건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스카이(SKY)캐슬은 극도로 양극화한 사교육 시장의 민낯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 0.1% 부유층이 거액의 대학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명문대를 보낸다는 과한 설정이 되레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사교육 정글 속에서 버텨가는 이들의 격한 공감을 끌어낸 셈이다.

광풍을 탄 사교육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진풍경을 만들고 있지만 공교육의 토대인 한국의 의무교육 수준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헌법 제31조 3항에 따라 2005년부터 중학교까지 전면무상교육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고등학교 과정은 의무교육 범위에 속하지 않아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비용 등을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35개 회원국 중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고교 무상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2학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해 물꼬를 트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원 확보와 관련법의 국회 통과 여부는 안갯속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87%가량 절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시행의 관건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보수 야당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까닭이다. 문재인정부가 야당의 포퓰리즘 공세를 뚫고 올해 고교 무상교육 분야에서 OECD 막차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육부는 최근 고교 무상교육 재원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교육부는 연일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교육부는 이달 내 교부율 인상 등 고교 무상교육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한 정부 내 합의를 도출하고, 상반기 임시국회를 통해 법률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고교 3학년 무상교육을 예정대로 올해 2학기부터 차질 없이 시행하려면 2월이나 늦어도 4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 시행의 법적 근거를 담고, 그에 따른 재정소요를 반영한 지방교육재정교부율 인상을 위해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동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하는 데 어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까. 교육부는 전국 130만 고교생의 무상교육을 실현하는 데 연평균 약 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교육부는 올해의 경우는 2학기부터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관련 예산으로 3800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의 정책 추진 동력은 압도적인 국민 지지다. 교육부가 2017년 12월 학부모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 무상교육 정책 여론조사를 보면 무려 86.6%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되면 고교생 자녀 1명을 둔 가구당 연간 155만원가량(서울 기준)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교에 내는 수업료(121만원), 입학금(2만원), 교과서비(8만5000원), 학교운영지원비(25만원)를 합친 결과다.

더욱이 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33개국은 2014년부터 고교 과정을 모두 무상교육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 비율(1.1%)이 OECD 평균(0.3%)보다 4배가량 높게 나타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사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다 무산돼 문재인정부가 다시 공약한 정책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20년부터 실시하기로 계획했으나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올해 2학기부터 조기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 부총리에게 “아주 중요한 과제가 고교 무상교육을 도입함으로써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힘을 실어줬다.
그렇지만 고교 무상교육은 재원 문제로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불가피해 앞길이 만만치 않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극심한 이념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공산이 커 고교 무상교육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박근혜정부도 단계적 고교 무상교육 시행 방침을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2017년까지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매년 2조7500억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에 발목이 잡혀 무산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에게 제출한 ‘문재인정부 고교무상교육 재정소요 추계’에 따르면 단계적 고교무상교육 계획이 실시될 경우 5년 동안에만 총 7조8411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예정처는 고등학교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용 도서 구입비를 무상교육 지원항목으로 전제하고, 기간을 2020년에서 2024년까지로 5년으로 정해 예상 재정소요를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 무상교육 지원 대상 고교생은 2020년 138만2912명, 2021년 134만1067명, 2022년 130만4591명, 2023년 132만7308명, 2024년 136만666명으로 집계됐다.

무상교육 실시에 따른 지원액은 2020년 6579억원, 2121년 1조2685억원, 2022년 1조9136억원, 2023년 1조9664억원, 2024년 2조347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고 있지만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조기 실현을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 정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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