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폴란드 순방길에서 진행한 방송인터뷰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고 밝혔다. 협상결과에 달렸다는 전제가 있지만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없이는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이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 강경화 외교부장관(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한·미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바르샤바=EPA연합뉴스 |
특히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실행조치를 한다면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북한은 평양 실무회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2차 정상회담 전에 제재 해제 가능 여부를 알려달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협상을 언급하면서 단계적 비핵화로의 선회를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까지 더하면 미국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올 오어 낫싱)식의 경직된 ‘선(先) 비핵화’ 기조를 일정 부분 거둬들인 것이라는 평가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요구사항을 흔들면서 비핵화를 위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의도한 제재 해제는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자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니기에 금전이 오가는 것에 대한 제재 문제만 해결되면 대북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언급하면서 과거 대(對)소련 군축협상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발언을 꺼내들었다. 이미 영변 핵시설 폐기를 수차례 거론한 북한을 향해 이에 대한 사찰이나 검증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불확실성을 거론하며 “미국은 성공과 실패 모든 경우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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