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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라는 정글서 홀로서기 역부족…'가난의 굴레' 허우적 [청소년 氣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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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3 21:31:28 수정 : 2019-02-14 0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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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중 1명 빈곤층 전락 / 자립 준비없이 매년 2000여명 사회로 / 월 평균소득 123만원… 최저임금도 안돼 / 24%가 기초·차상위계층 ‘빈곤의 덫’에 / 지원의 손길 절실한데… / 퇴소 이후 관리망 구멍… 40% 연락두절 / 사후 지원체계서 소외대 사각지대 방치 / 전담기관·관리요원 늘려 자립 도와야 경기 지역 미용제품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A(19)군은 아동복지시설을 나온 지 1년이 다 돼 가는 보호종료 청소년이다. 현재 시설에서 만난 친구 한 명과 월세를 나눠 내며 원룸에서 생활 중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전세를 얻어 지출을 줄이는 게 목표이지만 월세에다 관리비, 생활비 등 다달이 나가는 돈 때문에 목돈 모으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A군의 형편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나은 편이다. 그는 “저처럼 시설 나와서 배달 일 하던 친구는 교통사고가 나서 지원금도 날리고 한동안 일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며 “의지할 가족이 없으니 매일매일 살얼음판”이라고 말했다.

A군처럼, 위태로운 홀로서기에 나서는 보호종료 청소년이 매해 2000명 이상이다. 이들은 가정해체, 부모 학대·방임 등으로 아동복지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위탁가정 생활을 하다 만 18세가 되면 자립에 나서지만 제대로 된 정착은 쉽지 않다. 보호종료 청소년 4명 중 1명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탓에 정부 지원이 절실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허술한 상태다. 보호종료 청소년 40% 이상이 연락두절 등으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빈곤의 덫

13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보호종료 청소년은 아동복지시설 퇴소 청소년 1034명, 그룹홈 153명, 가정위탁 1406명 등 총 2593명이었다. 2013년 2207명, 2014년 2172명, 2015년 2677명, 2016년 2703명 등으로 매해 2000명 이상 보호종료 청소년이 사회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호종료 청소년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이른 나이에 홀로서기에 나서다 보니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설퇴소아동의 기초수급 및 차상위계층 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말까지 약 5년간 보호종료 청소년 중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이 된 비율이 24.4%에 이르렀다. 이들이 빈곤층이 되는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다. 수급자 88.5%가 시설 퇴소 후 반년 만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됐다.

실제 5년 이내 보호종료 청소년 중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취업 준비 중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4년마다 진행하는 ‘보호종료 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취업 중인 응답자는 51.1%, 취업 준비 중인 경우는 48.9%였다. 취업 중인 응답자의 평균 구직활동 기간은 21.6개월이었다. 그렇게 취업을 해도 소득수준은 낮은 게 현실이다. 이들 지난 1년간 연평균 근로·사업소득은 1483만원으로 월평균 123만원 소득을 올려 당시 최저임금에도 이르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월평균 지출액은 138만원으로 소득보다 컸다. 

낮은 소득수준은 학업에 매진하기 힘든 보호종료 청소년의 처지와도 관련이 있다. 국가장학금 덕에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긴 하지만, 여건상 다른 지원은 받기 어려워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따로 해야 하는 비율이 높았다. 보호종료 청소년 중 대학 진학 경험이 있는 경우는 57.2%, 없는 경우는 42.8%였다.

◆구멍난 안전망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허술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보호종료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연락두절 등으로 정부 자립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아동자립지원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보호종료된 청소년 1만557명 중 자립지원 대상자로 사후관리를 받은 인원은 6207명 수준이었다. 나머지 4350명은 연락두절, 자립지원통합관리시스템 미입력 탓에 방치된 것이다.

보호유형별로 보면 아동복지시설 출신 5129명 중 1279명(24.9%), 그룹홈 599명 중 332명(55.4%), 가정위탁 4829명 중 2739명(56.7%)이 자립지원을 위한 기본 사례관리도 받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립지원전담기관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최근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방안’ 보고서를 통해 “아동복지법상 지자체는 자립지원 관련 업무를 전담할 기관을 설치·운영할 수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며 “보호종료 청소년이 거주하는 모든 곳에 일정 수준의 자립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전담기관이 설치·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지역별로 균등하게 설치, 운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자립 예정 청소년을 돕고 보호종료 이후에도 안정적 돌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담관리요원의 확대도 시급하다. 현재 아동복지시설의 경우 전담요원이 30명당 1명이 배치되고 그룹홈은 필요하면 배치되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는 보호기간을 연장해 보호종료가 초래할 부정적 결과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조사관은 “시설 보호기간이 연장된 청소년들이 퇴소 청소년에 비해 높은 대학진학률과 높은 사회적응력을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교육·훈련, 취업준비 등 독립을 준비하는 기간과 양육자의 지원기간이 연장되고 있는 시대변화에 따라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지원기간 연장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김청윤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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