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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이름 불린 250명 ‘눈물의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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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2 20:01:32 수정 : 2019-02-12 17: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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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명예 졸업식 열려 / ‘올해 졸업식 해달라’ 유족 요청에 / 학교 강당에서 3년 늦게 식 열려 / 유은혜 부총리 등 500여명 참석 / 파란색 빈 의자에 유가족들 오열 / 학생 자리에 학부모들 대신 앉아 / 유 부총리 “남은 문제 해결 힘쓸 것”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한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미수습자 2명 포함)의 명예 졸업식이 12일 오전 10시 단원고 강당에서 열렸다.

졸업식에는 희생 학생 유가족과 재학생, 교직원을 비롯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졸업식은 추모 동영상 및 명예 졸업장 수여, 합창 및 영상 상영, 회고사, 졸업생 편지 낭독, 교가 제창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에 대한 명예 졸업식이 열린 가운데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이재문기자
단원고는 ‘미수습 학생들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명예 졸업식을 미뤄 달라’는 유족 측의 입장을 고려해 졸업식을 2016년부터 연기해왔고 ‘올해는 졸업식을 해 달라’는 유족의 의견에 따라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강당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이 붙여진 파란 의자가 반별로 세워져 있었고, 그 자리를 희생 학생들의 부모가 채웠다. 사고 당시 2학년이었던 희생 학생들을 기리는 묵념이 끝나자 양동영 교장은 “학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학생들의 이름을 1반부터 차례로 불렀다. 대형 스크린 위로는 학생들이 떠나던 날 학교 주변에 흩날리는 벚꽃과 함께 희생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이 나타났다. 5년 전 하늘로 떠나보낸 아들 딸들의 이름이 불리자 부모들의 흐느낌이 번져 나갔다.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에 대한 명예 졸업식이 열린 가운데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이재문기자
7반 ‘찬호 아빠’이자 전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인 전명선씨는 “세월호 참사가 없었더라면 대학 졸업반이 되었을 아들딸이었다’면서 “학생복 입고 친구들과 함께 자리했어야 할 졸업식장에 엄마 아빠들이 공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희생 학생들의 후배였던 10회 졸업생 이희운씨는 준비해 온 ‘졸업생의 편지’를 낭독하며 울먹였다. 이씨는 “미소 지으며 다가와 준 선배들에게 감사했다고 보고 싶었다고 묵혀둔 감정을 이제야 꺼낸다”며 “그리운 마음은 해가 지날수록 커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다”면서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7반 신호성군의 교복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한 정구자씨는 “아들의 냄새를 잊지 못해 지금까지 교복을 한번도 빨지 못했다”며 “아들이 졸업장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복을 입었다”라고 말했다.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에 대한 명예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 안산=이재문기자
단원고 재학생들은 ‘눈물기도’ 등 합창으로 선배들을 기렸다. 눈물을 훔치며 명예 졸업식을 지켜보던 유은혜 부총리도 부모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지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 부총리는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많은 일이 남은 거 알고 있다. 부총리로서,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졸업식이 끝나자 유족들은 노란 보자기에 싸인 졸업장과 졸업앨범, 꽃다발을 들고 운동장 옆 세월호 참사 추모조형물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16일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탑승자 304명이 숨진 사건이다. 수학여행을 위해 배에 탄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중 250명이 희생됐다. 대부분 학생의 시신은 발견됐지만 2학년6반 남현철군과 박영인군, 교사 양승진씨 등 학생과 교사 3명의 시신은 수습하지 못했다.

안산=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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