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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고독' 달래는 한끼의 식사 나눔 [김기자와 만납시다]

1년에 하루라도 새 식구들과 오순도순/ 독거어르신 위한 ‘동행 수라’/‘아름다운 동행’의 생신상 지원 행사/ 4월 이후부터 야외 나들이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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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09 12:00:00      수정 : 2019-02-08 16:05:14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공기를 앞에 두고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한 끼를 같이하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식구’(食口)라고 부른다. 사전에서는 단순히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을 말하지만, 한 조직이나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도 식구라고 할 만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한식구’라고 부르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식구가 없는 사람은 그만큼 삶이 공허할 것이다. 사실상 가족조차 없는 경우라면.

독거노인들이 그렇다. 몸이 늙어 병치레를 하면서 ‘지독한 고독’이란 마음의 병까지 달고 사는 사람들이다. 서울시의 ‘2018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인 서울 거주 65세 이상 노인 3034명 중 22.4%가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 노인 중 배우자나 자녀의 돌봄을 받는 사람은 10.3%에 불과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저소득층 독거어르신 생신상 지원을 위한 ‘동행 수라’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아름다운동행 봉사자들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윤종 기자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생일상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저소득층 독거어르신 생신상 지원을 위한 ‘동행 수라’ 행사가 뜻깊은 이유이다. 이 자리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노인 7명이 참석했다. 모두 70대 이상이었고 최고령자는 양천구에서 온 A(89) 할머니였다.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가 된다고 하잖아요. 제가 어르신들 성함과 어디에서 오셨는지 소개해드리면 서로 눈인사해 주시고요. 나중에 노인복지센터에서 다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 유미란 모금·나눔사업팀장의 말이 끝나자 어르신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피어났다. 그 전까지 긴장 반, 기대 반으로 다소 굳은 채로 앉아있던 어르신들이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긴 듯했다.

이 행사는 임금에게 올리는 수라상의 의미를 담아 1년에 단 하루라도 어르신들에게 극진히 따뜻한 생신상을 대접하는 것이다. 독거노인의 사회 소속감과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세상에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자는 취지다. 다만 이날 생일을 맞은 참석자는 없었다.

아름다운동행에 따르면 생신상은 오미자청에 절인 무화과, 단호박죽, 뿌리채소겨자무침, 모둠버섯강정 등을 포함해 20여 가지 메뉴로 구성된다. 특히 행사일에는 어르신을 위해 미역국과 생신떡을 올린다.

아름다운동행, 서울노인복지센터,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힘을 합쳐 지난해 11월27일 시작한 행사는 3월5일까지 이어진다. 사회 소외계층인 저소득층 독거어르신 96명을 초청해 12회(1회 8명 기준)로 나눠 채식 위주의 건강 식단을 제공한다. 참석자 수와 행사일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행사 종료후 평가와 보완 논의를 거쳐 4월에 재개하는데, 매주 한 차례 그 주에 생일인 노인을 초대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웃음과 함께한 촛불끄기… 눈물 사연도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어르신들의 생신 축하합니다~♪” 노래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한마음으로 케이크 촛불을 껐다. 한 참석자가 유난히 세게 입김을 불자 모두들 웃음이 터졌다. 케이크에 꽂힌 초는 총 7개. 오늘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아 한 사람 앞에 초가 하나씩 주어졌다.

오전 11시30분쯤 시작한 행사는 촛불 끄기를 거쳐 참석자들이 식사를 다 마친 오후 1시까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남모르게 눈물짓던 어르신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소개될 때는 자리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자기 생일에 누군가 밥을 챙겨준 게 처음이라는 참석자도 있었고, 전에 행사 때는 생일 날 굶었다는 참석자도 있었다고 한다. 저마다 축복을 받고 태어나 나름 고귀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오다 여러 고비를 겪으며 홀로 남겨진 딱한 사연을 갖고 있다.

A 할머니는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 정말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며 “메뉴가 정갈하고 깨끗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는 대신 다른 이의 말을 들어줬다고 말한 A 할머니는 연신 메뉴의 깔끔함을 칭찬했다.

행사 주최 측은 기획 단계에서 야외 관광도 포함했지만, 추운 날씨와 종잡을 수 없는 미세먼지로 어르신의 건강을 우려해 3월까지는 음식만 대접하기로 했다.

유미란 팀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4월 이후 날씨가 좋아지면 어르신들을 박물관에 모시고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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