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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민주주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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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07 23:30:53 수정 : 2019-02-07 23: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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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숭고한 가치 지닌 것 / 정치는 불신·혐오 대상으로 전락 / 정치권 주변 경고음 울리는 상황 / 정치인, 국민 돌아보고 자성해야 민주주의는 숭고한 가치를 지닌 정치체제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한다. 영국 정치철학자 애덤 스위프트는 저서 ‘정치의 생각’에서 민주주의를 “공적인 일을 도모하는 데 참여함으로써만 성취할 수 있는 종류의 자아실현”과 연관시킨다. “오직 민주주의에서만 모든 시민들이 정치생활에 충분히 참여한다. 그리하여 정치적으로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피조물로서의 본성을 실현한다.”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에 걸쳐 민주주의가 꽃피우고 열매 맺도록 하는 데 공들인 이유일 것이다.

우리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시민들이 정치생활에 충분히 참여하거나 정치적으로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게 어렵다. 정치 풍토가 척박한 탓이다. 정치는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다. 여러 정치인이 추문에 휩쓸리거나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민생법안은 관심 밖이다. 어느 정당도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기에 여야 협치가 불가피하고 야당 협조 없인 여권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지만 협치는 실종됐다.
박완규 논설실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한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주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도화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를 방기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되레 민주주의 작동을 방해한다는 말을 듣는다. 정치개혁도 막막한 실정이다.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선거제 개혁은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외면으로 진척을 보이지 못한다.

여기에 몇몇 정치인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에 적잖은 상처를 내면서 진영 싸움으로 몰고 간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위기를 정권의 위기로 몰아가며 지지세를 불려나갔다. 탈당 기자회견 때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옆에 세운 것도 모자라 그의 어깨에 손까지 올렸다. 우리 정치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온라인에서 건전한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저해했으며, 유권자들의 판단 과정에 개입해 정치적 결정을 왜곡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사법부 요직을 장악한 양승태 적폐사단의 조직적 저항’으로 규정하고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 박주민 최고위원은 “법원에 남아 있는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했다. 판사 탄핵까지 거론한다. 김 지사 개인이 대응하면 될 일에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나서 사법부에 정치 잣대를 들이대는 꼴이 됐다. 모양새가 사납기 그지없다.

정치권 주변 사방에서 경고음이 들린다.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헌정질서와 법치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금 여권은 전형적인 집권 3년차 증후군에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자칫 국정 현안을 독단적으로 다루면서 시간을 허비하다간 곧바로 레임덕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주의 실패의 전주곡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데도 정치권에선 대화나 협상이 사라지고 험한 말만 주고받는다. 정치인들이 분노를 키우고 선동하면서 민주주의를 곤경에 빠뜨리는 꼴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좌파 독재 저지 및 초권력 비리 규탄’이라고 적힌 입간판을 내걸고 5시간30분씩 ‘릴레이 단식’을 벌인 것은 정치의 희화화다. 정치를 조롱거리로 만든다.

여권은 시종일관 개혁을 부르짖지만 눈에 띄는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개혁의 시한이 끝나가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줄곧 하락해 한국당과의 격차가 좁혀지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여권은 긴장감을 보이지 않는다. 여권이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마음을 굳게 다져야 살길을 찾을 수 있다.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돌아보면서 자성해야 할 때다. 그래야 언젠가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라도 붙들 수 있다.

박완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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