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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된 판사들… 법관 '마녀사냥'에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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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04 11:27:15 수정 : 2019-02-04 11: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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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4일 법원 공무원 규칙에 따르면 법관은 취임때 대법원장 앞에서 위와 같이 선서해야한다. 이처럼 법관들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며 직무를 다한다. 하지만 최근 사법부 관계자들의 비리와 사법농단 사태를 거치며 사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정치권은 연일 맹공을 펼치고 있고, 국민들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판단의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판을 넘어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법관들에게 독립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시스
◆최후의 보루 사법…정치권 맹공에 유감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소속 출신이라 김경수가 보복 당했다.”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법원이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자 이런 반응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이날 김 지사가 일명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지사는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 2017년 3월 처음으로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의 의혹이 제기된 후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드루킹 김모씨와 일당, 김 지사의 한모 보좌관 등에 대한 강제 수사를 통해 지난해 8월 김 전 지사를 불구속기소했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했다는 유죄 증거는 충분하다. 김 지사와 송인배 전 비서관의 국회출입기록과 한 보좌관과 드루킹의 통화내역, 김 지사가 드루킹과 한 텔레그램 대화본, 김 지사의 농협체크카드 사용 내역 등이다.

31일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은 합리적 법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판결이었다”다고 말한 뒤 생각에 잠겨있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허정호 선임기자
하지만 이러한 사법부의 수사와 판단은 결국 재판장인 성창호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서실 소속이었다는 한마디로 정치적 재판으로 비춰졌다. 민주당은 재판장인 성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중 대법원장 비서실 소속 판사로 근무한 이력을 거론하며 사법농단 적폐 척결을 추진하는 정부 여당에 대한 보복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움직임에 사법부의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까지 진화작업에 나섰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출근하면서 굳은 표정으로 “판결의 내용이나 결과에 관해서 국민들께서 건전한 비판을 하는 것은 허용돼야 하고 바람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혹은 재판을 한 개개의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법관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영장재판 결과 마다 ‘진영논리’로 법관사냥

민주당의 비판처럼 성 부장판사는 현재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돼 최근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출신이다. 하지만 성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에도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지 않고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재판결과를 도출해냈다.

그는 지난 2012년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2016년부터 서울중앙지법으로 근무지를 옮겨 영장전담 업무를 맡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 혐의 1심 재판을 맡아 국고손실 혐의 징역 6년, 공천개입 혐의 징역 2년 등 총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한 1심에서는 각각 징역 3년~3년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법관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또 정치권을 넘어서 일반인들도 판사들에 대한 근거없는 유언비어식 마녀사녕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2017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는 “소신 있는 결정”이라는 의견과 “재벌 앞에서 법원도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조 부장판사의 이름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각종 유언비어까지 퍼졌다. 문제는 조 부장판사를 향한, ‘마녀사냥’ 식 비난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속영장 기각 등 조 부장판사의 전례들을 들며 네티즌들은 “친재벌 판사”라고 폄하했고, 심지어는 조 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라거나 조 판사의 자녀가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라는 근거없는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과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구속영장을 두차례 기각한 권순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마녀사냥식의 공격을 당했다. 권 판사는 앞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영선 행정비서관, 정씨에 대해 영장을 기각했고 당시 네티즌들은 ‘국민의 법감정과 어긋나는 판단’이라며 화살을 조 판사에게 돌렸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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