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희정 무죄 받은 '김지은씨 언행'… 2심에선 와르르 무너져

관련이슈 이슈 톡톡

입력 : 2019-02-02 18:43:17 수정 : 2019-02-02 18:25: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전혀 뜻밖이고 예상치 못했던 판결이다.”

지위를 이용해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직후 나온 안 전 지사 측의 반응이다. 안 전 지사 측 이장주 변호사는 즉시 대법원에 상고장을 낸 후 “(무죄 선고를 한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재판부)에서는 오로지 피해자 진술만 갖고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며 “법리로서 일관성 외에 객관성, 타당성, 모순 여부, 심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개별적인 사건 하나하나 속에서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만으로 판단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안 전 지사 측이 이처럼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성폭행 피해자라고 보기 힘든 김지은씨의 언행을 집중 부각시킨 전략이 와르르 무너진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논란이 될 만한 김씨의 언행은 유무죄를 다투는 주요 쟁점이 됐고, 1심(무죄)·2심(유죄) 판단은 180도 달랐다.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최종심의 결과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안희정 좋아하는 식당 알아보고, 함께 와인바 가고···피해를 당한 이후 행동에 대한 1·2심 판단

안 전 지사 측은 그간 “김지은씨가 피해를 당한 이후 도저히 피해자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피해를 당한 다음날 아침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알아본다거나, 저녁에는 안 전 지사와 통역관 부부와 함께 와인바에 가고, 안 전 지사가 이용하던 미용실과 헤어디자이너를 찾아가 머리를 손질한 일 등을 들었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안 전 지사의 혐의 전체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피해자의 모습이 실제 간음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이런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성격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대처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없다”며 “변호인의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씨의 미용실 이용을 예로 들면, ‘서울에 아는 미용실도 없던 차에 피고인이 갔던 미용실에서 다음에 한 번 오라고 했고, 그 부근에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머리를 한 것’이라는 취지의 김씨 진술을 믿었다.

안 전 지사 본인도 해당 미용실은 단골집이 아니라 그곳 점장이 오래된 팬클럽 회원이라 한 번 가본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만큼 별 뜻 없이 찾아갔다는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그해 8월 강남 호텔에서 숙박할 때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씻고 오라”고 한 말을 김씨도 ‘성관계’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러나 “짐을 풀고 씻고 오라는 말로 이해했고, 무슨 할 말이 있으신지 모르지만 오라고 하니까 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평소 피해자가 수행비서로서 한 역할, 업무태도 등에 비춰봤을 때 피해자의 이 같은 이해나 태도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온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은 유죄다``를 외치고 있다.
◆안 전 지사에게 애교 이모티콘 등 친근감 표시, 피해 7개월 후 폭로…2심 “피해자 사정 납득할 만”

안 전 지사 측은 김씨가 2017년 7월 말 러시아 출장 중에 벌어진 첫 번째 성폭행 피해 후 안 전 지사에게 <^^>, <ㅠㅠ>, <ㅎ>, <넹> 등 이모티콘을 사용하거나 애교 섞인 표현으로 친근감을 표시하고, 동료들에게도 장난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등 성범죄 피해자라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가 평소 사용해온 문투나 표현, 이모티콘이나 ‘애교 섞인 표현’이라고 칭하는 표현들은 젊은 사람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상적·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특별히 동료나 피고인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기로 하고 그대로 수행비서 일을 수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상관인 피고인에게 이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긴 어렵다”며 “당시 지위에 비춰 피해자가 7개월이 지나서야 폭로하게 된 사정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가 숙소를 옮기거나 촬영장에 찾아가는 등 일부 ‘자발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실제로 당연한 업무 수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행동은) 피해 사실을 들키는 것이 수치스러웠을 것으로 보이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염려했던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김씨가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되자 상실감을 나타내고, 수행비서 업무에 강한 집착을 비쳤다는 점을 부각했지만 재판부는 “그런 언동을 했다고 해서 수행비서 기간 벌어진 일을 과장하고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안 전 지사 부부와의 상화원 사건 논란도 2심은 김씨 손 들어줘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와 김씨의 상화원 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에서 항소심은 1심과 달리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상화원 사건은 2017년 8월 18∼19일 안 전 지사 부부가 충남 보령 휴양시설 상화원에서 주한 중국대사 부부를 접대하는 일정 중에 생겼다. 당시 안 전 지사 부부와 김씨는 같은 건물의 숙소를 썼다.

1∼2층이 실내 나무계단으로 연결된 2층짜리 숙소 건물의 2층이 부부 침실, 1층이 김씨 숙소였다.

1심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민씨는 김씨가 18일에서 19일로 넘어가는 새벽 “오전 4시께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곧 김씨가 방으로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수 분간 내려다봤다”고 증언했다.

민씨는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며 “잠시 후 남편이 ‘지은아 왜 그래’라고 하자 김씨는 ‘아, 어’ 딱 두 마디만 하고 쿵쾅거리며 후다닥 도망갔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김씨가 안 전 지사 부부 침실에 몰래 들어갔다가 발각돼 도주한 것을 보면 성폭력 피해를 본 피해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고, 안 전 지사가 다른 여성을 만나 불상사가 생길까 봐 문 앞에서 쪼그리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고 반박했다. 방 안에서 인기척이 나자 놀라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간 것이라는 게 김씨 주장이었다.

당시 상화원을 함께 방문한 한 중국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새벽에 옥상에서 만나자’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고, 안 전 지사의 번호를 착신전환해 둔 수행용 휴대전화로 이런 내용을 보고 안 전 지사를 보호하려 했다는 것이다.

1심은 “김씨 주장이 세부적인 내용에서 모순되거나 불명확한 점이 다수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민 여사의 증언에 신빙성을 뒀다.

반면 2심은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안 전 지사 부부가 묵고 있던 2층 방문은 상단 부분이 반투명한 만큼 방문밖에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게 2심 판단이다.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김씨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안 전 지사 본인도 당일 건물 옥상에서 문자를 보낸 중국 여성과 만난 사실은 인정하는 만큼 ‘불상사를 우려했다’는 김씨 주장도 믿을 만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민씨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김씨의 피해 폭로 직후 민씨가 캠프 봉사자였던 구모씨에게 피해자의 과거 연애사나 평소 행실에 대해 정리해 달라고 요청한 점 등을 사실로 인정했다.

이런 점에 비춰 민씨가 안 전 지사의 부인으로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김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본 것이다.

재판부는 “민주원의 법정 진술 등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 침실에 몰래 들어가 부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설령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본 피해자로 볼 수 없다거나, 그런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연합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