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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도 아까워요"…스터디카페 점령한 취업 반수생들

입력 : 2019-02-02 16:01:30 수정 : 2019-02-02 1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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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내로라하는 공공기관에 입사한 김모(27·공단종사)씨. 합격의 기쁨은 잠시. 여전히 주말마다 독서실을 전전하며 이직준비에 매진중이다. 외부에서는, 김씨의 속타는 사정은 모른 채 그저 공기업이라고 하면 안정적인 직장이라 엄지를 치켜세운다. 하지만 정작 김씨는 비전도 없고, 롤모델도 부재한 회사에서 장기간 ‘우수 사원’으로 아등바등 버틸 여력이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얼마 전 퇴직 결심을 굳힌 김씨는 스터디 카페에 들어가 다시 ‘취업 반수’를 위해 밤낮도 잊은 채 맹증진하고 있다.

2일 토즈 등 종로구 일대, 기자가 연락한 유명 스터디 카페들은 명절 기간을 이용해 ‘성적업’, ‘스펙업’을 하려는 대학·취업 입시생들은 물론, 좀 더 나은 직장을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취업 반수생’들로 인해 비는 스터디룸이 없다고 답했다. 100세 시대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해 진 점도 이 같은 풍토에 일조를 분명 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유분방함과 업무자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요즘 것’들에게 ‘상명하복’을 강조하며, 불합리한 절차를 따지는, 20세기 판 직장생활은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에게 회사 내 갑질을 제보한 이모(34·여)씨는 “채용비리 만이 문제가 아니다. 회사 들어와서 기껏 혁혁산 성과를 올리며, 팀을 위해 뼈가 부서져라 일해도 결국 요직으로 옮겨가고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을 지난 10여년 직장생활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며 “아버지가 유관 기관에서 요직을 차지했다는 이유, 힘이 있다는 이유로, 빽 없고 힘없는 사원들은 끊임없이 한직으로만 나돌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체감하며,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사람인이 직장인 441명에게 ‘취반생 현황과 그에 대한 생각’에 대해 조사한 결과 2년차 미만의 신입사원(141명)의 61%는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취업 반수생’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더 나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72.1%) 였다. 이어 ‘근무환경이 너무 열악해서’(33.7%), ‘기대했던 업무와 실제 업무가 달라서’(29.1%), ‘연봉이 너무 적어서’(27.9%), ‘급하게 취업을 해서’(19.8%), ‘직무가 맞지 않아서’(18.6%) 등의 이유가 있었다. 예전과 다르게 근무환경과 업무가 적성에 맞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이들이 취업 반수 생활을 한 지는 평균 4개월이었다. ‘취반생’들은 다시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회사생활 병행으로 취업시간 부족’(52.3%)을 꼽았다. 계속해서 ‘직무에 대한 불확신’(16.3%), ‘절박함 부족으로 열심히 안 하게 됨’(12.8%), ‘원하는 기업이 채용을 진행하지 않음’(9.3%), ‘뚜렷한 목표 기업 부재’(4.7%)가 있었다.
응답한 전체 직장인들 중 ‘취반생’이나 ‘돌취생’의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77.3%)하는 비율도 월등히 높았다. 평생직장보다는 직무가 더 중요해지고, 직장인들의 이직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직을 당연한 사회현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짙어진 것이다.

실제로 취업 반수를 통해 원하는 직장이나 직무로의 이동이 ‘신입 입사보다는 성공확률이 높다’(53.7%)고 보고 있었다.

서울시 종로구의 A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김민경(31·여)씨는 “요새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서 멘토멘티 제도 등 각종 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는데, 그저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쇼잉’, ‘요식행위’ 일뿐, 여전히 능력보다 연줄을 중시하며 불합리한 인사를 당당하게 단행 하는 회사의 면면을 보며 다시 취업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언급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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