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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SKY캐슬’…“부모 재산 따라 자녀 유치원부터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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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31 10:00:00 수정 : 2019-01-30 23: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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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과도한 사교육비 논란
JTBC 드라마 ‘SKY캐슬’ 캡처.
“너 내일모레 기말고사잖아. 너 정말 이러다 특목고 못 가면 어떡할 거야.”

JTBC 드라마 ‘SKY캐슬’ 속 극 중 캐릭터 ‘이명주’가 아들 ‘영재’를 향해 소리친 말이다. 서울대 의대 입학을 향한 비뚤어진 욕망에서 남편이 아들에게 총까지 겨눴음에도 아들의 시험 성적을 걱정하는 장면은 드라마일 뿐인데도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중학교나 초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이른바 ‘명문대’를 향한 치열한 레이스를 벌여야 하는 ‘SKY캐슬’ 속 입시지옥이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모의 재력과 그에 따른 사교육비로 자녀의 성적이 좌지우지되는 왜곡된 입시 시스템이 여전하다는 인식에서다.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영유아용 교구-전집 세트

◆“교구비에 수백만원”...영유아 때부터 과도한 사교육

두 아이의 엄마인 전업주부 한모(31)씨는 최근 2살배기 딸의 교구비에 큰돈을 지출했다. 한씨는 “조기 교육이 중요하대서 다들 시킨다는 P사의 대표 교구 시리즈를 주문했다. 나무나 천으로 만들어진 교구들이 책과 같이 오는데 고작 입문 과정인데도 약 185만원이 들었다”며 “여기에 8개월 수업료는 따로 내야 하는데 70만원이다. 다음 단계를 하려면 70만원씩 추가로 든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아이가 아직 유치원에도 입학 안 했는데 이 정도다.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다는 전집, 음성지원펜도 몇십만원씩 한다”며 “비싸서 부담되는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있는 집 애들은 벌써 다 갖고 있더라. 혹시 우리 아이가 뒤처질까 무리하게 지갑을 열게 된다”고 토로했다.

유치원 종류에 따라 평균 교육비 격차가 최대 1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육아정책연구소가 영유아 양육 가구 1119가구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 유치원 교육비는 평균 5만2000원, 사립 유치원은 평균 27만3000원, 영어학원 및 놀이학원 등은 평균 73만5000원이었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아이들의 출발선부터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고교 졸업까지 드는 교육비 ‘8552만원’... 사교육비가 75.1%

유치원은 시작에 불과하다. 명문대 진학을 위한 관문으로 여겨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등의 진학을 위해서도 고액의 사교육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전국단위 자사고 희망자의 40.5%가 사교육비로 월평균 1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중학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9만1000원)의 3배 수준이다.

전체 교육과정에서도 소득에 따른 격차는 극명하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3월 만 20~64세 금융거래 소비자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드는 평균 교육비는 총 8552만원이며 이 중 사교육비는 75.1%(6427만원)를 차지한다. 월평균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자녀 1인당 총교육비는 1억 4484만원으로, 300만원 미만인 가구의 교육비 4766만원보다 3배나 많았다.

◆전문가 “고교, 대학보다 더 철저히 서열화... 교육과정 다양화해야”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막대한 사교육비가 투입되는 과도한 대학 입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고입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은정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육 시스템이 대입에 맞춰져 있는데 고입이 첫 번째 걸러지는 필터 역할을 한다. 과도한 사교육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고등학교 입시로 아이들이 시작선부터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형적인 입시 문화를 바꾸려면 자사고-특목고 쏠림 현상부터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자사고-특목고의 등록금은 일반고등학교(일반고)의 3배 이상이다. 사교육비까지 합하면 이보다 부담은 훨씬 더하다. 경제 수준에 따른 자사고-특목고의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라며 “특성화된 교육과정 없이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입시를 준비하는 교육과정인데 특목 자사고에 성적 우수학생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니 우수한 대입 성적이 나오고 또다시 학생들이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말이 일반고지 ‘일반’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난 대선 때 홍준표 전 (대통령) 후보를 제외하고 모든 후보가 특목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 공약을 지켜야 할 때”라며 “지금 고교 체제는 대학 서열화보다 더 철저하게 서열화돼있다.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고 일반고 안에서 교육과정의 다양화가 이뤄져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찾도록 시스템이 바뀌어야 과도한 사교육 경쟁이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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