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이 자서전 ‘나의 소원’에서 꿈꾼 대한민국의 미래다. 다가오는 2020년대에 한국은 북한과 통일을 이뤄 백범이 소망했던 문화국가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을까.
백범의 책 제목에서 온 ‘나의 소원’ 시나리오는 한마디로 자유시장경제부터 사회민주주의까지 모든 가치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남북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하겠다.
우선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유엔의 대북 제재도 철회된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북한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반도 전체가 성장의 과실을 누린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7%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이루는 가운데 한국도 GDP 연 4% 이상 성장을 달성한다. 책은 이 경우 통합을 이룬 한반도가 중국, 일본을 넘어 동북아시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 전시된 백범 김구 선생의 사진과 ‘나의 소원’의 한 구절. 세계일보 자료사진 |
책은 “자칫 핵 폐기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재개되고, 한국이 별 힘을 못 쓰는 사이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번째 ‘정글만리’ 시나리오는 자본주의로 변해가는 중국 사회의 현실을 꼬집은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제목에서 왔다. 한국과 북한이 제각각 경제성장에선 실적을 올리지만 남북통합에선 되레 멀어지는 상황을 전제한다. 다만 북한 경제가 발전하고 중산층 비중이 커지면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증대해 북한 체제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책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옛말처럼 남북이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극심한 체제 경쟁을 하다가 결국 통일 의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지막 ‘남한산성’ 시나리오는 청나라 군대의 압도적 무력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조선 조정의 무능을 그린 김훈 작가의 소설에서 왔다. 한마디로 남북통합도 안 되고, 한반도 전체가 경제 쇠퇴를 겪는 최악의 상황이다.
책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지진 등 환경재해와 환경오염까지 덮칠 경우 북한에선 군부 쿠데타 등이 일어날 수 있고 한국도 미국·중국·일본의 틈바구니 속에서 외교력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집단지성이란 표현에 걸맞게 구영우 해군중령 같은 현역 군인부터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와 박충권 현대제철 연구원 같은 북한 출신 지식인, 윤영휘 경북대 사학과 교수 같은 학자,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와 임형섭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같은 법조인까지 공동 저자들의 직업과 전공, 배경 등이 아주 다양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추천사에서 “한반도 문제를 분석하는 데 쉽게 범할 수 있는 당위론의 함정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살 만하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의 미래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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