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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 그리스 양해하면… 韓·마케도니아, 수교 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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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7 11:51:57 수정 : 2019-01-27 11: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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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마케도니아 간 '국호 변경' 분쟁 타결… '北마케도니아'로 / '6·25 참전국' 그리스 배려해 온 韓 / 양국 분쟁 해결 시 마케도니아와 수교 나설 듯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원이었던 마케도니아가 이웃 그리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나라 이름을 ‘북(北)마케도니아’로 고치기로 하고 그리스가 진통 끝에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국과 마케도니아 간에도 국교 수립의 길이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케도니아는 쿠바, 시리아, 코소보 등과 더불어 한국과 아직 외교관계가 없는 대표적 미수교국이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 도심에서 이웃 나라 마케도니아가 옛 국호를 거의 그대로 살린 ‘북(北)마케도니아’를 새 나라 이름으로 정한 것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독립 28년 만에 '마케도니아 → 北마케도니아' 변경

27일 외신에 따르면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는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마케도니아가 이름을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대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더 이상 반대하지 않기로 한 양국 합의안을 그리스 의회가 비준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양국 합의안은 마케도니아 의회에서 지난 11일 먼저 아슬아슬하게 비준된 데 이어 그리스 의회에서도 간발의 차로 과반 찬성표를 얻어 통과했다.

이로써 마케도니아는 향후 2주일 안에 국호를 ‘북마케도니아’로 바꾸게 된다. 마케도니아 외교부는 “그리스 정부가 의회의 합의안 비준 투표 결과를 우선 EU와 나토 등에 통보해야 하고, 우리 정부 역시 모든 국제기관에 국호 변경에 대해 공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적으로도 국가 기관에서 국호 변경에 따른 후속 조치를 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마케도니아는 숙원이던 EU와 나토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스 일부 국민의 반대시위 등 온갖 장애물에도 양국 합의안이 최종 통과된 데 대해 유엔과 EU, 나토 등 국제사회도 일제히 환영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우리의 역사" 그리스서 거센 반발

마케도니아는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탄생한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부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등과 함께 유고 연방을 구성했던 마케도니아는 1991년 연방이 무너지면서 크로아티아 등과 더불어 독립국이 됐다.

하지만 독립과 동시에 국호 문제로 이웃 그리스와 반목을 겪으며 국제사회에서 이렇다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마케도니아는 그리스 북부의 한 지방 명칭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으로 유명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그리스인들은 마케도니아 하면 곧장 ‘그리스 영광의 역사’부터 떠올린다.

이에 따라 마케도니아의 독립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우리나라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자, 알렉산더 대왕에 대해 자부심이 큰 그리스의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며 마케도니아를 인정하지 않았다.

EU 및 나토 회원국인 그리스가 이같은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마케도니아는 EU와 나토 가입을 희망하면서도 이를 이루지 못한 채 독립 이후 28년을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왔다.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
◆'6·25 참전국' 그리스 의식한 한국, 수교 절차 나서나

마케도니아는 쿠바, 시리아, 코소보 등과 나란히 한국의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다.

한국이 그간 마케도니아와 외교관계를 맺지 못한 것은 그리스와 한국의 각별한 관계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리스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아직 한국과 국교를 수립하지 않았음에도 전쟁 기간 연인원 1만여명을 파병해 북한과 싸웠다. 이같은 파병 규모는 유럽의 다른 우방국인 프랑스나 벨기에보다 더 큰 수준이다.

6·25전쟁 이후 한국은 현재까지도 당시 참전 16개국을 상대로 은혜를 갚는 ‘보은(報恩)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국은 1961년 그리스와의 정식 수교 이후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왔다.

2006년 9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그리스 국빈방문, 2009년 11월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당시 그리스 대통령의 방한, 그리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0월 이낙연 국무총리의 그리스 방문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그리스와의 외교관계 발전에 힘을 쏟다보니 그리스가 부정하는 마케도니아와의 관계 개척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외교부는 10년 전인 지난 2009년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국명 변경 협상을 언급하며 “양국이 결론을 내는 대로 자연스럽게 (마케도니아와) 수교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혀 조만간 한국과 마케도니아 간에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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