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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기는 쉬워도 노인으로 살아가긴 힘겨운 대한민국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1-29 05:00:00 수정 : 2019-01-28 14: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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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연령 기준 상향 사회적 논의…국민 절반 이상 '찬성' / 해법은 결국 '일자리'
정부는 지난 24일 노인연령 기준을 단계적으로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인복지법의 노인연령은 만 65세며, 대부분의 노인 복지 혜택도 이를 기준으로 적용되지만, 오는 2025년쯤으로 예상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연령 상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불과 몇 년 앞둔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는 불가피합니다. '인구절벽' 현실화로 인구 감소 우려마저 나오는 마당에 노인연령 기준을 그대로 놔두면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 대상 노인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대로라면 중장년층이 많이 부담하는 세금에서 노인 복지에 투입되는 비율이 올라가는 갈 공산이 큽니다.

노인 복지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중장년층의 세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는데요. 지금이라도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이처럼 노인연령 기준 상향의 당위성은 있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하나하나 조정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년층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복지만 줄어들 경우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노인 복지시설 및 일자리사업 △돌봄서비스 등이 현재의 노인 연령(만 65세)과 맞물려 있는데요.

이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면 노인 복지 혜택을 받던 일부는 기준 연령에 이를 때까진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건강한 노인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적합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는데요. 만약 이런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내달 본격적으로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국가나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일자리'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노인 인력 활용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 유지에도 필수적이라며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다른 논의 자체가 어려워져 노년층에게 적합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이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부가 현재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높이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벌일 계획입니다.

다만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릴 경우 정년 연장과 기초연금 수급 등 우리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빠르면 2025년 전체 인구의 20%가 65세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2030년에는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여성은 90.8세, 남성은 84.1세로 세계 1위가 것으로 관측됩니다.

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합계출산율 1.0이 무너졌고, 연간 출생아 수도 30만명대에 진입했습니다.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 노인복지법이 제정됐던 1981년에는 한국인 평균 수명이 66세에 불과했는데요.

60대는 주변에서는 물론 스스로도 노인이라 여기지 않는 요즘 세태에는 어울리지 않는 기준이라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인 생각입니다.

◆노인연령 70세로 올릴 시 정년 연장, 기초연금 수급 등 사회에 미치는 영향 상당해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등 복지혜택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노인 빈곤 문제를 막기 위한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수적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 정년은 만 60세지만, 국민연금 수령은 만 62세부터 가능한데요.

별다른 대책 없이 퇴직할 경우 2년간은 소득 없이 지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에는 65세로 늦춰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기준까지 높아지면 60대는 퇴직 후 오랜 기간 연금 및 복지혜택 사각지대에 놓일 공산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5060대가 직장에서 밀려나 공공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으로 전전하는 것은 호봉제 때문이라며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도입돼 나이에 상관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퇴직자인 60~64세와 65~69세 고용률은 각각 60.6%, 45.5%에 이르지만 대부분 단순 노동이어서 소득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들 중 절반 이상(60%)은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려 생활비를 보탠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013년에 정년을 65세로 늘린 데 이어, 최근 7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공적연금 지급 개시 연령(65세)을 본인 희망 시 70세 이후로 늦추는 대신, 더 받게 하는 제도 개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정년과 노인 기준 상향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노인연령 기준을 올릴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올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질 정년을 늘리는 대책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정년 이후 복지 소외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는 불안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 국민 절반 이상 '찬성'

그렇다면 국민들은 노인 연령 기준 상향에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요.

노인 연령 기준을 현행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높이는 것에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5일,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연령상향에 대한 의견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찬성(매우 찬성 18.9%, 찬성하는 편 37.0%)한다는 응답은 55.9%로 집계됐는데요.

반대(매우 반대 17.6%, 반대하는 편 23.4%)한다는 응답은 41.0%, 모름·무응답은 3.1%였습니다.

리얼미터는 "찬성 여론은 평균 수명 증가에 따라 노인에 대한 주관적 기준과 사회적 기준 간 괴리가 발생하고, 노인 복지비용 증가로 젊은 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대 여론은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릴 경우 만 66세부터 만 69세까지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정년 은퇴 후 노인 일자리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 빈곤 문제가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세부적으로 현재 노인 연령 기준에 해당하는 60대 이상(찬성 59.6%·반대 37.7%)을 비롯 거의 모든 연령과 지역, 이념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대다수거나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노년층 "73.5세는 돼야 '진짜 노인'"


서울시 거주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72.5세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2018년 서울시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65세 이상 서울 시민 30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입니다. 시는 2012년부터 2년마다 이 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 결과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은 평균 72.5세로, 노인복지법 기준인 65세보다 7.5세 높았습니다.

70~74세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고, 75~79세라는 응답은 22.6%를 차지했는데요.

이어 80세 이상이라는 응답이 17.5%, 65~69세 12.7% 순이었습니다. 75세 이상이라는 응답이 총 40.1%를 차지해 2년 전 조사 때 23%보다 약 2배 늘었습니다.

서울시 거주 노인 10명 중 6명은 독거 또는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가구에 속해 있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혼자 산다는 응답이 22.4%,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가구에 속해 있다는 응답이 39.3%였습니다.

◆韓 노인 고용율·빈곤율 OECD 최고…日 노인 기준 상향 벤치마킹해야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소재 한 호텔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전체 워크숍'에 기조 강연자로 나서 노인 기준 변경 필요성을 제기했는데요.

그는 "우리나라는 2025년에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30년에 세계 1위로 올라서 일하고자 하는 노인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노인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할 경우 2040년 생산가능인구는 424만명 늘고, 고령인구 비율은 8.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는데요.

박 장관은 "현재의 노동생산성과 경제활동참가율을 반영하면 36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0% 내외지만, 은퇴시기를 5년 연장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향상시키면서 출산율을 증가시키면 향후 10년 이내에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 후반, 20년 내에는 1%를 유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몇 살부터 노인이냐고 물어보면 대개 70세 이상을 이야기하지만, 법적으로는 65세이고 일부에서는 퇴직연령을 60세로 정하고 있어 사회적 인식보다 노인연령이 너무 낮게 설정된 상태"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일본의 경우 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노인연령 기준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고령화 속도 빨라…노인연령 기준 상향 갈 수밖에 없는 길"

그는 단계적 상향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노령연금의 수급자격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인 선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국민연금 지급이 시작되는 연령은 애초 60세였으나,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안정 차원에서 2013년부터 2033년까지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늦춰져 65세로 상향 조정되도록 바뀌어서 현재 연금수령 개시 나이는 62세입니다.

박 장관은 노인연령 변경을 추진하려면 구조개혁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은퇴자 재취업·창업지원 강화, 고령자 적합 일자리 발굴 및 활성화, 평생교육 등 재교육 기회 확대 등 고용대책과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 확대, 노인 일자리 확대, 중고령자 노후준비 지원 확대 등 소득보장대책을 예로 들었는데요.

노인연령 상향은 정년 문제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와 같은 복지 혜택 기준과도 관련이 있어 고령자의 관심이 높은 편입니다.

이에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노인연령 기준 상향은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며 "과거 정부에선 이 문제가 잠깐 제기됐다가 수그러들었으나, 이번엔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각 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를 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원회는 다음달 관계부처와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노인연령 상향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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