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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의 여왕 vs 살처분의 여왕…박소연 케어 대표 "비난 무서워 숨겼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1-21 05:00:00 수정 : 2019-01-20 19: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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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언론 보도 왜곡됐다" 주장, 사퇴 거부 의사…다음달 총회서 거취 결정될까?
국내 한 유명 동물구호단체인가 4년간 구조한 동물 가운데 200여 마리를 안락사 시킨 것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국내 인구가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지만, 반려동물과 공생하는 데 필수적인 개인 인식수준이나 사회적 시스템은 아직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려동물을 끝까지 돌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매년 국내에서 발생하는 유기견은 8만 마리에 달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나 충동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무책임하게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개인 사정 때문인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처럼 지내던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개인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데요. 유기동물의 생명을 윤리적으로 관리하는 사회 시스템 보완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민간 보호단체와 사설 보호소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유기동물 수용과 입양 등과 관련한 시설 및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동물복지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하는데요. 이번 안락사 파문이 보여주듯 민간단체의 개별적인 판단에 맡겨 이를 시행할 경우 유사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공산이 큽니다.

반려견의 경우 2014년 등록제가 도입됐으나, 추정 개체 수 662만 마리의 20% 수준인 115만 마리만 등록돼 있는 현실인데요. 동물 등록제 강화와 맹견 소유주에 대한 책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아 개정된 동물보호법 및 시행령이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철저한 이행관리가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에 맞춰 '펫(pet)' 산업이 급성장했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특히 △일상에서의 개 물림 사고 △소음·배설물 피해 △이웃 간 다툼 △공공장소 에티켓 부족 △동물 학대나 불법 진료 등의 부작용도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입니다.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 당사자인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19일 "이번 논란으로 충격을 받은 회원과 활동가, 이사진,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책임은 대표인 저에게 있다"면서 "고발인 조사에 성실히 응해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는데요.

◆박소연 "80% 살리고 20% 고통없이 보내는 것은 동물단체라 할 수 있는 것"

그는 "내부적으로 소수 임원 합의가 이뤄지면 안락사를 해왔다"며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만 안락사의 법적 근거를 갖고 있고, 정부 지원 없이 후원으로 운영되는 민간 보호소는 제반 조건의 한계 속에서 근거와 기준을 갖고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표는 안락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큰 논란이 될 것이 두려웠다"며 "(안락사를) 결정하는 순간 엄청난 비난과 논란이 일 것이 분명했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그동안 케어가 해온 안락사는 대량 살처분과 다른 인도적 안락사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기준없이 안락사가 임의로 진행돼왔다는 내부 폭로에 대해 '인도적 안락사'였다고 반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동물들은 공포영화에 나올 만한 잔혹한 상황을 처절하게 겪고 있다"며 "케어는 그동안 가장 심각한 위기 상태의 동물을 구조한 단체이고, 가장 많은 수의 동물을 구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안락사를 학살, 도살이라 하고 싶다면 더 큰 도살장의 현실에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며 "케어가 구조한 동물이 있던 곳은 개 도살장이었다. 구하지 않으면 도살당했을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이어 "80%를 살리고 20%를 고통 없이 보내는 것은 동물권 단체이니 할 수 있다"며 "이 나라 현실에서 최선의 동물보호 활동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박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 그를 응원하기도 했는데요.

동물권단체 무브(MOVE)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입장문을 내고 "지난 10년 진정성을 가지고 험난한 구조 활동에 몸을 던진 케어 대표를 '불법 도살자'라는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가두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약 2시간동안 기자회견을 마친 박 대표는 기자들의 질의를 받지 않겠다며 자리를 떠나려다 반발을 사기도 했는데요. 박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 3개에만 짧게 응답한 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이 같은 기자회견 내용이 알려지자 내부고발자 A씨는 "케어를 떠났다가 재입사한 것은 박 대표의 권유 때문이었다"며 자신이 안락사에 대한 증거를 모으기 위해 입사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박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이어 "안락사를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무분별한 안락사는 어떤 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입양 조건을 까다롭게 따진 것은, 신중하게 따져 입양을 한다고 해도 잘못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입양문제를 깐깐하게 신중히 처리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또 다른 전직 케어 직원은 "박 대표는 과거에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시간을 벌고 논란이 유야무야됐다"며 "이번에도 제보자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힐난했습니다.

◆"국민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믿었던 사람이 거짓말로 기만했기 때문"

박 대표가 이번에는 개고기가 생산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잔혹한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자신이 행한 안락사가 많은 동물이 처한 비참한 현실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입니다.

20일 오후 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개 도살 장면을 촬영한 약 6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는데요.

영상은 "개고기 생산 중 벌어지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심신미약자의 경우 시청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구로 시작합니다. 개들이 번식부터 고기로 유통되기까지 과정이 국문, 영문 설명과 함께 담겼습니다.

영상에는 분뇨가 가득 쌓인 채 케이지(우리) 안에 갇힌 개들의 모습과 여기저기가 다쳐 뻘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개들이 등장합니다. 도살 과정에서 쇠파이프 등 도구로 두들겨 맞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요.

그는 "저를 비난함과 동시에 비난의 크기만큼 개 도살 금지를 외쳐 주세요. 도살이 없으면 안락사도 없습니다. 도살도 없고 안락사도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는 어떠한 비난도 감수하겠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영상에 나온 것과 같은 잔인한 도살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는 듯한 메시지라는 게 중론입니다.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에는 박 대표를 옹호하는 내용이 일부 게시됐지만, 대체로 그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전직 케어 직원 "논란 있을 때마다 책임회피, 변명으로 시간 벌고 결국 유야무야"


앞서 동물보호단체들은 지난 18일 박 대표를 사기와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고발대리인을 맡은 권유림 변호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횡령,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박 대표를 고발했다"고 밝혔는데요.

권 변호사는 특경법상 사기 혐의와 관련해 "박 대표는 그동안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왔고 만약 안락사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후원자들이 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원금을 받은 행위 자체가 기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후원금을 안락사 부대비용(약품 구입비 등)과 사체처리비용으로 사용한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고 권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케어가 모금한 후원금은 동물구조 활동으로 목적이 특정된 금원인데, 이를 벗어나 사용했다면 횡령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 변호사는 "2017년 박 대표는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며 3300만원을 후원금에서 받아서 사용하기도 했다"며 "단체를 위한 목적이 아닌 개인 법률 상담을 위한 것이면 이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박 대표가 그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무분별하게 동물을 안락사시켜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 안락사' 의혹이 제기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케어에 후원금을 내왔다는 한 동물보호 활동가도 박 대표 고소 의사를 밝혔는데요.

그는 "박 대표는 2006년부터 동물보호소 부지를 마련한다며 2억원 이상을 모금해왔다"며 "2016년 충북 충주의 부지를 1억8000만원에 매입하면서 단체 명의가 아닌 자신의 명의로 매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물들을 구조한다며 모금계좌를 개설해 후원금을 받은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후원자들을 속여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동물보호단체 "구조 명목으로 모금한 뒤 다른 용도로 사용…후원자 기망"

무분별한 동물 안락사 논란에 휩싸인 박 대표에 대한 평판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 대표는 스타 동물권 운동가이자 케어를 대표적 동물보호 단체로 성장시킨 인물인데요.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의 대표가 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헌신적인 구조 활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고, 육견단체와의 마찰이나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는데요.

특히 개 농장에서 식용견을 구출하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하거나, 구조 작업에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남달랐다는 후문입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과거에도 수차례 안락사 문제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박 대표와 동사실의 역사는 곧 논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박 대표의 구조 방식도 논란거리였다. 2011년 11월에는 경기도 과천의 한 야산에 있는 동물 우리에서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구조했으나, 특수절도죄로 이듬해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과거 언론 등을 통해 동물 안락사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2011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동물보호소 내 개체 수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전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질병이 확산하는가 하면, 서열 다툼이 생기는 등 전체적으로 동물의 복지 상태가 나빠진다"며 "불가피한 안락사는 인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한다면, 우리 단체는 앞으로 어떤 동물도 구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동물보호소는 폐쇄적이고 소수의 선택된 동물만을 보호하는 곳일 수는 없다"며 "더 많은 동물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기에 안락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물 학대 의혹이 있는 동물병원의 수의사를 단체에서 채용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는데요.

이 당시 박 대표는 "해당 병원 원장이 직접 한 행위는 아니었고 직원들이 한 일이었다"며 "이로 인해 수의사가 스스로 문을 닫았고 기회를 주는 측면에서 그를 고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의 해명에 시민들은 대체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건의 본질을 벗어난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인데요.

한 시민은 "구조해서 치료한 뒤 입양 보내는 줄 알고 후원한 사람들은 뭐가 되냐"며 "동물을 보호할 공간이 비좁았으면 다른 곳으로 보내야지 안락사 시킨 것이냐. 인도적 안락사라는 게 얼마나 아이러니한 단어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후원금 받아먹고 유명 연예인 등을 이용해 구조 열심히 하는 척 연기한 것 같다"며 "안락사 시키려고, 죽이려고 데려오면 이게 구조냐. 많은 이들이 당신의 유체이탈 화법에 분노하는 게 안 보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민들 "유체이탈 화법 분노"…'횡령' '상습 사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수사는?


최근 동물보호센터 유기견 안락사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가 1년만에 동물학대 처벌기준을 다시 상향합니다. 지자체장이 동물보호센터의 운영실태를 직접 점검하도록 하는 등의 보호센터 관리에도 나설 방침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동물학대 행위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추가 상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유기견 안락사 문제가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1년만에 관련 법규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동물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유기·유실 동물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 등 동물학대의 범위를 확대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벌칙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는데요.

동물보호센터 관리 및 환경 개선을 위해 지자체장이 운영실태를 연 2회 이상 점검토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정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통해 관리 수준을 개선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사설보호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조사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은 △동물학대와 유기·유실 방지 △동물보호소 시설·운영개선 △동물등록제 활성화 △반려동물 관련 영업강화 △반려견 안전사고 예방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복지 5개년 계획을 연내 마련해 관련 제도를 보완해 나갈 방침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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