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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한국, 북핵 외교 힘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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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7 23:17:40 수정 : 2019-01-17 23: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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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고위급회담 임박 속 / 한국, 주변4강 외교 힘잃고 / ‘운전자역할’ 입지 좁아져 / 국제규범 기반 신뢰 얻어야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임박했다.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고 원칙과 방향 확인에 그쳤던 1차 정상회담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북한 비핵화와 대북 경제제재 완화의 본론을 다뤄야 하는 ‘진검 승부’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제 북핵 문제는 교착과 진전의 갈림길에 서 있으나, 한국의 ‘운전자 역할’은 주변 4강에 대한 외교가 힘을 잃으면서 입지가 좁아졌고, ‘외교 공백’을 초래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서 여의치 않으면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배수의 진을 쳤고, 4차 방중으로 북·중 관계의 돈독함을 연출했다. 중·러는 상황 논리에 따라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방점을 번갈아 찍으며 존재감을 내비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1일 매체 인터뷰에서 ‘미 국민의 안전이 궁극적 목표’라면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맞췄던 북·미 담판의 초점을 흐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일본인 납북자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을 암중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교착 국면에서 북한과 주변국은 각자도생의 길에 들어섰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학

작년 평창올림픽 이후 6월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한·미는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한국은 4월과 9월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사실상의 남북 종전과 평화 협력 분위기로 냉전을 녹였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집요한 핵보유국 지위 확보 의도에 대해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압박했다. 강온 양면의 전략적 분업체계였다. 북·미가 서로 결정적 양보 없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과정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돋보였다. 문제는 이후의 북핵 교착 국면에서 나타났다.

한국은 북핵에 대한 희망의 논리에 안주했다. 북한에 대한 호의가 호의로 되돌아오고, 종전선언이 북한을 안심시켜 비핵화를 추동하리라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이는 국제 규범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 외교 논리와는 거리감이 있다. 명확한 사실은 북핵 위기의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며, 아직 자발적으로 핵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북핵 불용 원칙은 국제 규범이다. 중·러도 동참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국제사회의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이후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지속적으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해 왔다. 또 끊임없이 남북 협력을 강조했고, 미국은 한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저감시킬까 노심초사했다. 북한 비핵화의 희망과 낙관의 일방적 전파로는 경험으로 축적된 국제사회의 북한 불신을 극복하기 어렵다. 지난 26년 동안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 후 비로소 진정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이 가능하다는 경험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이전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서두른다면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타협하는 것이 된다. 이는 국제 규범이나 공감과 거리가 있다. 북한이 선(先) 비핵화를 수용하기 어렵다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을 ‘조치 대 조치’의 시간표로 일괄 타결하고 이해당사국이 그 이행을 보장하는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경험적 시각과 거리가 있는 희망적 낙관을 앞세운 ‘평화의 선도(先導)’ 역할만으로 한국의 북핵 외교가 힘을 받기는 어렵다. 우리 외교가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도출에 무기력하다면, 주변국은 북핵 교착 국면을 이익 추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과의 북핵 대응 공동보조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 트럼프 정부는 국내 정치에 유리한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및 무역 정책에서 강경할 수밖에 없다. 또 중국과 러시아, 일본이나 유럽연합(EU)까지도 한국과의 다양한 현안에서 자국 이익을 위해 북한 문제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국제 규범과 공감에 기반을 둔 북핵 외교로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국의 ‘운전자 역할’이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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