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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법규정·손놓은 지자체가 ‘안락사 논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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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6 15:30:59 수정 : 2019-01-17 09: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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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유기동물 2017년 10만 넘어 / 5마리 중 1마리꼴로 안락사 당해 / 현행 동물보호법 관련 규정 미흡 / 수의사 판단에만 의존해 결정돼 / 지자체, 위탁 후 감독 없이 방치 / “직영 보호소 늘려야” 목소리도

동물권단체 ‘케어’의 무분별한 안락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실·유기동물 관리 실태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박소연 케어 대표가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를 운영할 당시에도 숱하게 안락사를 자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허술한 관련 법·제도와 관리·감독에 손을 놓은 지방자치단체들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분별한 안락사를 자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동물권단체 케어의 직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소연 케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유실·유기동물은 2017년 기준으로 10만마리를 넘어섰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 동물의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에 따르면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한 보호시설의 유실·유기동물은 2013년 9만7197마리에서 2014년 8만1147마리로 다소 줄었다가 2017년 10만2593마리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사설 보호소의 개체 수까지 포함하면 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실·유기동물 수는 증가 추세이지만, 관리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지자체 직영이나 민간 위탁 보호소는 사설 보호소들의 현황은 통계조차 없어서 제대로 된 운영 실태를 확인할 수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설 보호소가 몇 곳이나 있는지, 보호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사설 보호소는 전국에 150곳 정도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될 뿐이다.

과거 경기 남양주시와 구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했던 동사실의 사례처럼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한 보호소들 역시 별다른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 안락사가 무분별하게 진행됐음에도 지자체가 이를 단속하고 점검할 만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서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한 보호시설에서 수의사가 동물의 회복 가능성과 질병의 전염 위험성 등을 고려해 ‘인도적인 처리’, 즉 안락사를 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다. 사실상 수의사 개인의 판단에 의존해 안락사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박 대표는 수의사 면허조차 없는 상태로 안락사 주사를 놓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도 개체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유실·유기동물의 관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호소로 보내진 동물들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후 열흘 동안 주인을 못 찾으면 소유권이 지자체로 넘어간다. 지자체와 민간 위탁 보호소가 보유한 사육시설은 한정돼 있는 가운데 입양 수요보다 훨씬 많은 유실·유기동물이 추가로 들어오기 때문에 결국 안락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현지 동물보호단체 카라 정책팀장은 “제대로 된 보호소라면 입양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위탁 보호소들은 공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락사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 직영 보호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접수된 유실·유기동물들은 5마리 중 1마리(20.2%)꼴로 안락사를 당했다. 자연사한 비율(27.1%)과 합치면 보호소 동물의 절반가량이 죽어 나간 셈이다.

14일 서울 종로구 동물권단체 케어 사무실의 내부 출입문 앞에 "어렵게 구조한 고양이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문을 꼭 닫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위혜진 서울시수의사회 총무이사는 “국내 반려동물 수가 급속히 늘다 보니 문화나 제도가 못 받쳐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유실·유기동물 관련 법이나 규정들이 두루뭉술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들은 윤리적인 기준을 세워 하나씩 채워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국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설 보호소에 대한 연구용역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관련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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