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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쏟고도 농가 체감 미미… '쌀 직불제 개편' 궤도 오르나 [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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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5 20:45:04 수정 : 2019-01-15 20: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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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0년 만에 개선 움직임 / 정부, 쌀 목표가 이하땐 차액의 85% 보전 / 논 면적 단위 지급… 대규모 농가만 혜택 / 대부분 영세농 많아… 1인당 75만원 불과 / “지금도 쌀 과잉 생산인데 지원금 쏠려” / 밭작물 등과 비교… 개편 필요성 제기 / 文대통령 회견서 ‘공익형 직불제’ 언급 / 국회 상임위, 이달 중 개편 방향 정할듯
먹거리가 풍족해지면서 국민의 밥 소비량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주곡이 쌀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부도 농업 전반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도 쌀농사에 더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쌀 소득보전 직불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직불제는 쌀농사를 짓는 농가에 직접 자금을 줘 어느 정도 소득을 보조해 주고, 쌀값이 떨어지더라도 일정 부분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밭작물 등에도 직불금이 있지만 면적에 따른 고정액을 지급할 뿐 가격에 따라 소득을 보전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쌀 직불제가 시행 10년을 넘어서면서 하나둘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다양한 논란과 비판이 제기된 지금은 개편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쌀 직불제 농가 소득 지지 효과”

과거 정부는 쌀값 안정화와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수확기에 쌀을 사들인 뒤 인위적으로 시장가격을 조정하는 ‘추곡 수매제’를 활용했다. 그러나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수매제는 감축 대상 보조금으로 분류됐고, 수매제가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점차 축소되다가 결국 2005년 폐지됐다.

정부는 이후 시장개방에 따른 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농가에 직접 지원하는 쌀 직불제를 도입했다. 쌀 직불제는 수매제와 같은 가격지지 정책과 달리 정부가 시장기능을 통하지 않고 농가에 직접 소득을 보조해 주는 제도다. 쌀 직불금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나뉜다.

고정직불금은 논 면적에 따라 자금을 지원해 주는데, 2005년 당시 1ha당 60만원 주던 것을 현재는 100만원으로 확대했다. 변동직불금은 쌀의 수확기(10∼12월) 산지가격이 정부와 국회가 5년을 주기로 정하는 ‘쌀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분의 85%를 보전해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쌀 목표가격이 20만원이고 수확기 쌀값이 16만원이라면 차액인 4만원의 85%인 3만4000원을 정부가 보조하는 식이다. 풍년으로 쌀값이 폭등해도 어느 정도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직접지불제 효과 분석과 개선 방안 연구’를 통해 쌀 직불금으로 인한 논벼농가의 평균 농업소득(2003~2015년) 증가율은 11.8%였고, 쌀 가격이 크게 하락한 해에는 농업소득의 40.7%까지 보전해 소득지지와 소득변동성 완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쌀에만 집중된 직불금, 체감 효과는 글쎄…

하지만 지표상 나타난 쌀 직불금의 성과와 달리 농가의 체감은 미미하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직불금이 면적 단위로 지급되는 탓에 대규모 농업인에게 지원금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우리 농민 10명 중 7명 이상은 1ha 미만의 농지를 보유한 영세농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부로 제출받은 2017년 쌀 직불금 지급내역에 따르면 1ha 미만의 농지를 보유한 농민 56만여명이 당해 지급받은 직불금은 1인당 75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10ha 이상 농지를 가지고 있는 대농의 경우 2588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 수준이 낮은 소규모 농업인은 적은 지원을 받고, 소득이 비교적 안정적인 대규모 농업인은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직불금 대부분이 쌀에 편중돼 있는 것 역시 문제다. 2017년 기준 전체 농업직불 예산 2조8542억원 중 쌀에 지급되는 금액은 2조3060억원으로 전체의 80.8%를 차지한다. 밭작물 직불제 비중은 6.7%, 피해보전직불 3.5%, 조건불리지역직불 1.7%, 친환경농업직불 1.4% 등이었다.

쌀 소득지지 효과가 쌀 과잉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권 의원은 “쌀 이외의 다른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은 직불금 혜택이 거의 없다”며 “국내 쌀 공급과잉으로 생산조정까지 하는 상황에서 쌀을 심었다고 더 많은 직불금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직불제 개편 방향, 이르면 이달 중 결론

쌀 직불제의 문제점이 꾸준히 불거지면서 문재인정부 역시 농정 공약의 하나로 쌀 직불제 개편을 내걸었다. 이후 개편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회견문을 통해 “올해 공익형 직불제 개편 추진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만큼 차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불제 개편의 방향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문 대통령 언급대로 ‘공익형 직불제’다. ‘쌀’이 빠지는 대신 ‘공익형’이 붙었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직불제 개편 방향은 쌀에만 편중돼 있던 것을 밭작물직불, 조건불리지역직불 등 다른 직불제와 통합하는 쪽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재배작물, 가격 등과 상관없이 동일 단가를 지급하되 영세농 및 타 작물 재배 농가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쪽으로 방향이 설정됐다. 또 직불제를 단순히 소득지지가 아닌 농촌 또는 농지가 환경·공동체·식량 안보 등 공익에 기여하는 가치를 앞세워 생산자의 의무를 강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임위 차원에서 이달 중 쌀 목표가격 설정과 함께 직불제 개편 방향을 결론내고,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시키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 또한 “상반기 중 세부추진방안을 마련하고, 법 개정 및 예산을 확보하고 내년부터 개편된 직불제를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쌀 직불제 개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세부추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농민단체와 전문가,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직불제개편협의회’를 꾸려야 하는데, 농민단체는 직불제 예산 확대와 자동시장격리제 등 쌀값 하락에 대비한 안전장치 마련 등을 논의 조건으로 걸고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이달 중 협의회 구성도 마칠 수 있도록 농민단체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우·이창훈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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