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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출구 안 보이는 한·일관계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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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8 21:22:26 수정 : 2019-01-08 21: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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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완전 해결 대신 수위 조절 필요 / 동북아 평화 등 보편적 가치 찾아야  한·일 관계가 심히 우려스럽다. 지난해 화해치유재단 해산,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갈등이 고조돼가던 한·일 관계는 최근 초계기 레이더 사건으로 출구를 찾지 못할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국제법에 근거한 대응과 구체적 조치’를 검토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초계기 갈등은 작년 한국 정부가 취한 일련의 국내적 조치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경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일본 정부가 국내외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한·일 관계는 얼마든지 더 나빠질 수 있다. 가령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강제 집행이 이루어질 경우 일본은 한일기본조약에 근거해 제3국 중재 절차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 국제 정치학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가 크게 악화됐던 이승만정부 초기, 김영삼정부 시기, 노무현정부 후기, 이명박정부 후기를 비교해보면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는 양국의 상호의존 관계나 협상 관계가 대칭적이었을 때 독도 분쟁은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양국이나 어느 일국이 민족주의적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국제협조보다는 국내정치를 우선하는 일국주의 정책 선호를 가졌을 때 독도 분쟁은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한·일 갈등이 이처럼 양국 관계의 구조적인 변용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한·일 갈등 관리를 위해서는 사안별 타협과 흥정보다는 근본적인 관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먼저, 양국은 중간 수준의 분쟁 상태를 정상 상태로 인식하고 수용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더 이상 과거 냉전시대의 밀월 관계로 회귀하기 어렵다. 한·일 양국 관계는 보다 대칭적이 되고 있다.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일본의 일인당 구매력 평가기준 국내총생산( PPP) 순위는 세계 28위, 한국은 30위이다. 2017년 스톡홀름 평화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일본의 군사비 지출은 450억달러로 세계 8위이고, 한국은 390억달러로 10위이다. 대칭적인 한·일 관계는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내포한다. 이에 이제부터 한·일 관계의 갈등 관리를 위해서는 양국 모두 어느 정도의 갈등과 분쟁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갈등의 완전한 해결을 추구하기보다는 갈등 수위를 조절하는 실천적인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

이어, 갈등을 중간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내정치와 양국 관계 사이에 방화벽을 설치해야 한다. 양국의 집권 세력은 지지층 결집과 국면 전환이라는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일 관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인터넷 민족주의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서 한·일 양국은 정상외교를 정례화해야 하고 정상 간의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국내정치와 외교를 분리할 수 있는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외교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대 외교에서 정상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극적인 전환도 정상외교의 산물이다.

끝으로, 탈냉전시대에 상응하는 한·일 협력의 의미를 결정하는 새로운 정당성을 창출해야 한다. 냉전시대 미국은 한·일 협력을 정당화하는 권위였다. 한·일 협력은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정당화되고 유지됐다. 한국과 일본이 심각하게 갈등할 때면 미국은 중재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냉전은 끝났고 한·일 관계에서 미국의 역할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 됐다. 이제 한·일 양국은 왜 협력해야 하는지, 협력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은 대북 공조를 넘어서 민주주의와 자유무역 체제의 수호, 동북아시아 평화 유지와 지역통합 등과 같은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모색해야 한다. 한·일 양국은 미국과의 양자 동맹을 매개로 하는 냉전적 유사동맹을 넘어서 새롭게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 한·일 관계의 미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 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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