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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의 또 다른 주인공 ‘어린이 애국자’ [3·1절,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 신년특집]

입력 : 2019-01-08 18:20:01 수정 : 2019-01-07 17: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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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시 ‘선교사 목격담’ 발간 / “日 경찰에 맞서 구석구석 태극기 달아 / 여학생들 집단 수업거부 후 만세운동” “이 운동(3·1운동)의 가장 괄목할 만한 사건의 하나는 한국의 어린이들이 수행한 역할이다. … 어린이들은 그들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리고 주도권을 가지고 매우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시위에 참가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한국통신부에서 발행한 ‘한국의 어린 순교자들’(Little Martyrs of Korea·사진)은 3·1운동을 직접 목격한 미국인 선교사들의 증언을 모은 책자다. 

“악랄한 말들, 즉 한국인은 비열한 인종이자 스스로 통치할 능력이 없다는 말들을 일축할 생각으로” 제작, 미국 내에서 선전홍보용으로 보급된 이 책자는 3·1운동의 주요한 양상 중 하나로 어린들의 활약을 꼽으며 일본인에 도전한 남학생,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적으로 만세 운동에 참여한 여학생들, 경찰서에 잡혀와 폭행을 당한 ‘꼬마 소녀’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중 태극기와 관련된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큰 감동을 전하는 동시에 재밌는 장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책자에 따르면, 동이 틀 때쯤 “용감한 어린이들은 거리로 나가 신호기와 전화기의 기둥, 그리고 도시의 구석구석 수백 곳에 조그만 한국 국기를 매달곤” 했다.

“일본인 경찰들이 이 꼬마 애국자들이 게양한 국기를 없애기 위해 기둥 위로 기어 올라가고 이리저리 쫓아다니는 광경은 어린 소년들을 기쁘고 우습게 해주었다.”

책자에 소개된 다른 사례는 어린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대담함과 의연함이 돋보인다.

어느 날 총독부 건물의 문에 태극기가 붙었다. 그 밑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이 문은 총독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독립 정부의 소유이다. 만세! 만세! 만세! 김○○씀. 나이 13세, 집 주소 사직동 21번지.”

일제 경찰이 소년을 찾아나섰으나 “그 작은 친구는 전날 밤의 용감하고 영광스러운 일을 하고 난 후에 매우 소심해져서 어딘가에 숨어 버리고” 없었다. 대신 경찰은 소년의 아버지를 체포해가는데, 소년은 이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자진해 찾아와 아버지의 석방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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