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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교황까지 ‘쥐락펴락’… 유럽 주무른 자본가 푸거

입력 : 2018-12-29 03:00:00 수정 : 2018-12-28 23: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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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스타인메츠 지음/노승영 옮김/부키/1만8000원
자본가의 탄생 -자본은 어떻게 종교와 정치를 압도했는가/그레그 스타인메츠 지음/노승영 옮김/부키/1만8000원


콜럼버스가 바다를 넘고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던 시대, 모든 방면에서 유럽은 바뀌고 있었다. 군소 가문에 불과한 합스부르크 가문이 전통 강자인 프랑스를 밀어내고 스페인에서 헝가리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시대였다. 복식부기가 확산되고 무역로가 바뀌면서 한자동맹이 붕괴하고, 경제 중심지가 이탈리아에서 서유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부르주아와 영주의 착취에 시달려온 농민과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시대였다.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야코프 푸거가 있었다. 이 책은 야코프 푸거의 파란만장한 생을 담았다. 격동의 시대 세계 최대의 부를 쌓은 한 자본가의 삶과 시대를 담은 평전이다. 근대 국가와 자본주의가 형성되던 근대 초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역사서이다.

메디치, 로스차일드, 록펠러 등 거대 재벌이 있지만, 역사학자와 경제학자들은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본가로 푸거를 꼽는다. 푸거는 15∼16세기 유럽 역사의 주요 고비마다 등장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실상 세계사 전체에 지금까지도 그의 흔적이 남아있다. 푸거의 시작이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초기엔 직물을 사고파는 중개상에 불과했지만, 요즘으로 치면 권리 투자를 이미 시작한 천재적 장삿꾼이었다.

이를테면 푸거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 대신 수익성 높은 사업 권리를 받았다. 특히 대출 조건으로 은과 구리 광산 채굴권과 소유권을 얻는 방식으로 돈을 쌓았다. 상환 때까지 광산의 모든 수익권을 갖는 조건이었다. 요즘 말로 ‘하이 리크스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이다.

면죄부(면벌부) 판매와 종교개혁 이면에 푸거가 있었다면 종교인들은 경악할 것이다. 역사에서는 마르틴 루터만 주인공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푸거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볼 수도 있다.

16세기 초반 ‘언더도그’ 알브레히트는 푸거로부터 많은 돈을 빌려 부패하고 사치스러운 교황에게 건네주고 마인츠 대주교 자리를 차지했다. 대주교에 오른 알브레히트는 푸거에게 빌린 돈을 갚고자 ‘면죄부 판매’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교황은 이에 동의했다. 대출금 상환은 면죄부 판매 대금을 교황과 푸거가 나눠 갖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전해 들은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쓰면서 종교개혁이 촉발됐다.

엥겔스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대결의 전초전’으로 평가한 독일 농민전쟁에서도 어김없이 푸거가 등장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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