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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벌고도 법인세 ‘0원’… IT 공룡에 과세 ‘산 넘어 산’

입력 : 2018-12-25 19:04:57 수정 : 2018-12-26 07: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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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글세’도입 논의 본격화 / ‘세금 미꾸라지’ 구글 / 해외에 서버… 법인세 대상 제외 / 온라인광고 사업 수입에만 과세 / 네이버의 20분의 1 규모에 불과 / 국회 ‘구글세’ 일부 통과 / 내년 7월부터 페북 등에 부가세 / 韓, 선제적 대응 땐 무역마찰 우려 / “국제적인 과세 기준 합의 급선무”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의 세금 회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정부가 구글에 대한 과세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주요 경제정책 과제 중 하나로 ‘구글세’에 대한 국제 논의 참여를 꼽았다. 국내 기업과의 과세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 과세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5일 관계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구글이 우리 과세당국에 내는 세금은 온라인광고 사업 관련 수익과 앱스토어(구글플레이) 매출에 대한 부가가치세 일부다.

구글은 현재 온라인광고는 한국법인(구글코리아)에 맡기고, 유튜브 광고나 구글플레이 매출은 본사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 국내 법인인 구글코리아는 온라인광고 사업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세금 규모는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전체 수익에 비해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문제는 온라인광고가 아닌 구글플레이·유튜브 매출에 대한 과세에 있다. 업계와 학계는 구글코리아가 구글플레이에서 4조∼5조원의 매출을, 유튜브에서 연간 4000억원 이상의 광고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법인세는 온라인광고 사업 수익에 따른 200억원 정도만 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네이버의 20분의 1 규모에 불과한 수준이다.

구글이 법인세를 피하고 있는 것은 법인세 부과 근거가 되는 고정사업장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고정사업장 여부는 ‘서버 소재지’로 판단되는데, 구글의 국내 서비스는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태평양 유한회사’ 서버에서 이뤄진다. 구글이 해외법인으로 잡히는 이유다.

다만, 해외 오픈마켓 앱 개발자의 전자적 용역에도 부가가치세를 매기도록 세법이 개정되면서 2015년부터 구글플레이 매출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일부 매기고 있다. 하지만 구글플레이의 정확한 거래내역 확보가 어렵다 보니 부가가치세 과세가 제대로 신고·납부되는지 판단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튜브 사업 수익은 법인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걷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가가치세는 거래 상대방이 구글 본사나 구글 아일랜드 등 해외 계열사여서 법적 과세 근거가 없다. 유튜버가 구글 본사 등으로부터 받는 수입에만 개별적으로 종합소득세 등을 과세할 뿐이다.

◆정부·정치권 구글세 논의 본격화

최근 국세청은 구글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기업의 세원 포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도 지난 17일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구글세 도입 논의를 공식화했다. 정부는 “국내에 물리적인 고정사업장이 없는 글로벌 IT 기업에 법인세 등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과세기준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외 IT기업 간 역차별 완화를 위해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글세 도입과 관련해 “국제적 합의 여부, 관련 산업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며 “2020년까지 장기대책 합의를 위한 국제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유럽연합(EU)에서는 구글 등을 타깃으로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IT기업을 대상으로 유럽서 벌어들인 매출의 3%를 세금으로 걷겠다는 내용이다. 대상은 전 세계 매출 7억5000만유로 또는 EU 지역 매출 5000만유로 이상 기업이다. 이스라엘·인도 등에서도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정치권도 구글세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야 의원 구분 없이 구글세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구글·페이스북·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의 수익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글로벌 IT기업들이 국내에 서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게임·음성·동영상 파일 또는 소프트웨어에만 적용됐던 국외 사업자의 전자적 용역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박선숙 의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구글이) 국내에서 압도적 지위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이나 망 사용료 등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더 늦추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세 도입까지는 산 넘어 산

구글세가 실제 부과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의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주한 미 대사관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글로벌 경제동맹”이라며 “이동의 자유에는 정보가 포함되며, 이러한 흐름이 방해되면 장기적으로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경제동맹을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구글세 반대를 표명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디지털세를 도입하기란 부담이 작지 않다”며 “국제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 구글 측은 미국 본사나 아일랜드 등에 소재한 유럽지사에서 이미 법인세를 납부한 만큼 한국에서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EU에서 디지털세 도입이 확정되려면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유럽의회도 동의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디지털세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조세회피처 국가 중 하나만 반대해도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정사업장 문제도 쉽게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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