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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엔 공짜 없다…돈 들어도 음주운전 막을 제도 만들어야"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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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25 19:06:38 수정 : 2018-12-26 16: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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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지난해 하루 평균 592.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11.5명이 숨지고 884.5명이 부상했다. 물적·인적 피해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가족이 겪는 고통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에서 교통안전 문화 개선을 위한 활동과 AI 자율주행차 시대 준비 상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정부는 올해 초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22년까지 2017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도로교통공단 역할이 중요하다.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떨쳐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윤종기 이사장을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에서 만났다. 윤 이사장은 1983년 ‘경찰 제복’을 입은 뒤 2015년 인천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을 떠났다. 지난 2월 공단 수장으로 취임해 10개월을 보낸 윤 이사장은 “33년간 경찰로 일하면서 교통 관련 부서에도 있었던 게 지금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본연의 임무인 도로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비전과 전략은 무엇인지.

“‘도로 교통안전의 중심, 선진 교통문화의 리더’를 비전으로,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 감소’와 ‘국민중심 신뢰 경영체계 구축’을 경영 목표로 삼고 총 4대 전략방향과 9개 전략과제, 25개 실행과제 및 74개 세부실천과제를 수립해 추진 중이다. 대표적 추진과제로는 어린이·노인보호구역 및 보행사고 다발지점 개선 사업을 비롯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교통사고 위험예측 서비스 제공, 장애인 등 교통약자 운전면허 취득 지원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이 있다.”

-‘교통사고 후진국’ 오명을 벗기 위해선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분석해 보면 ‘교통약자’라고 할 수 있는 13세 이하 어린이의 교통사고 피해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다. 2017년 한 해에만 어린이 교통사고가 1만960건이 발생해 54명이 숨지고 1만3433명이 다쳤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지속적·체계적으로 반복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의 올바른 태도와 가치관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고 오랜 기간에 걸쳐 습관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운전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변화가 시급하다. 특히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리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은 무고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올바른 운전습관과 배려·양보운전은 남이 아닌 나와 나의 가족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윤창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공단에서 기울이는 노력은.

“2013년 26만9000건이던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2017년 20만5000건으로 6만건 정도 감소했다. 음주운전 사고도 2013년 2만6000건에서 2017년에 1만9000건으로 줄었고, 2017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는 5년 전에 비해 50% 가까이 감소했다. 문제는 재범률이다. 일반 범죄 재범률이 평균 14% 정도인데, 음주운전은 무려 44%다. 음주운전은 습관이란 얘기다. 운전 습관은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했을 때 확립되는 만큼 초보운전자들이나 방학을 맞아 운전면허를 따러 온 대학생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캠페인을 기획해 진행 중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아닌가.

“솜방망이 처벌이 음주운전 습관화에 영향을 끼친다. 음주운전으로 단속되어 받는 처벌은 1회나 2회 위반자가 비슷한 수준이다. 이제부터라도 첫 음주운전 단속 때부터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음주 측정 후에야 시동이 걸리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설치 의무화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물론 돈이 많이 들겠지만 이제 ‘안전엔 공짜가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가 매년 6개 영역의 18개 지표를 다각도로 분석한 교통안전지수를 전국 지자체별로 발표한다. 이 사업에 예산이 꽤 들어가는데,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대한 도로 사정을 분석한 결과 사고율을 50∼60% 줄인 바 있다.”

-고령운전자 증가에 따른 교통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인지능력과 신체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돌발 상황에 취약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08년 1만155건에서 2017년 2만6713건으로 2.6배 정도 급증하는 등 연평균 11.3%씩 증가 추세다. 내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5년마다 받던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3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하고 면허취득 및 갱신 시에는 고령운전자 맞춤형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도로교통공단 부산 남부면허시험장이 올해부터 부산시와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치매·고령운전자에게 부산시에 등록된 상업시설 이용 시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어르신 교통사랑카드’를 발급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남북 관계 해빙 무드를 맞아 도로교통공단이 준비 중인 남북 교류사업이 있다면.

“공단은 남북한 간 교통환경과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통안전교육 구축, 신호체계 표준화, 운전면허제도 개선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통일시대를 대비한 기관의 역할을 분석하고 사전 준비를 위한 ‘통일대비 미래사업 발굴’이라는 연구과제를 외부 전문기관과 수행한 바 있다. 향후 통일이 된다면 남북 간 이질적인 교통문화와 정책을 통합할 필요가 있으며 남한 대비 상대적으로 열악한 도로교통 환경을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연구내용과 그간에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남북한의 교통체계를 표준화하여 안전한 한반도를 구축하는 데 역할을 다 하겠다.”

-자율주행차 시대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교통안전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인 만큼 도로교통공단의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부는 2020년 부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2026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 기반 구축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공단에서는 자율주행 상용화에 따른 기존 도로교통체계에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관련 법·제도는 물론이고 도로교통 관련 교통안전시설 및 도로시설 등의 대응을 준비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운전하는 자율 주행차와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이 혼재된 기간이 상당히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실효적인 교통안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식하여 자율주행 관련 전담부서인 ‘자율주행연구처’를 신설했다.”

-AI를 운전자로 볼 것인지가 관건일 텐데.

“물론이다. 자율주행차의 운전주체가 AI로 넘어가게 되면 도로교통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AI의 운전능력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AI 운전면허 제도도 필요할 것이다. 그 전에 AI를 운전자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개념 정의부터 필요하다. 미국에선 AI를 운전자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도 토론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에선 ‘AI가 운전 중 건널목에 노인과 어린아이가 있어 불가피하게 한 명을 쳐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 AI의 윤리적 규범 기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도 진행 중이다. 우리도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 물론 공단에서 생각하는 제1의 원칙은 어떤 순간이든 인간이 우선이라는 ‘인본주의’다.”

-자가용 보유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1인1차 보유’ 시대를 자율주행차가 종식시킬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자연적으로 자동차 보유율이 떨어질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편리성 외에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교통사고를 분석하면 90%가 운전자의 과실이다. 10%는 도로상 문제나 기계적 결함이다. 자율주행차는 수많은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AI가 사고 상황에서 알맞은 대처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의 측면에서도 자율주행차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로 회사에 출근하면 주차해놓고 퇴근할 때까지 차를 놀린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면 회사에 데려다준 뒤 자율주행차가 알아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 장 보러 가는 데 쓰이고, 아이들 하굣길에 쓰이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회사에 간다. 자율주행차 1대가 일반차 4∼5대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산업 구조 전반이 바뀌게 되고, 우리의 교통안전 문화도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대담=박희준 사회부장
정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1959년 전남 고흥 출생 △광주 인성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충남 서천경찰서장(2003) △서울 혜화경찰서장(2006.3∼2007.1)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장(2008) △서울경찰청 차장(2013) △충북경찰청장(2013.12∼2014.12) △인천경찰청장(2014.12∼2015.12) △도로교통공단 이사장(2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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