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투키디데스의 함정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8-12-23 21:36:37 수정 : 2018-12-23 21:36: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기원전 5세기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친 뒤 그리스 곳곳의 도시국가들을 정복하며 세력을 넓혀갔다. 위협을 느낀 기존 패권국인 스파르타가 아테네에 맞서며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이 발발한다. 전쟁은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스파르타 역시 많은 국력을 소모하는 바람에 결국 북쪽의 마케도니아에 망한다.

양국 간 27년의 혈전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소상히 기록돼 있다. 이 역사서의 저자는 아테네의 역사가이자 장군인 투키디데스이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의 군사 대국화가 패권국인 스파르타의 불안을 야기했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했다고 해석한다. 여기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즉 펠로폰네소스 전쟁처럼 새로운 강대국이 떠오르면 기존 패권국이 이를 두려워하며 견제를 하다 결국 심각한 분쟁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2012년 그레이엄 T 앨리슨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사용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해 출간된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짚었다. 앨리슨 교수는 “역사적으로 투키디데스 함정에 해당하는 사례가 16건 있었고, 그중 12건이 실제 충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독일이 제해권을 쥔 영국에 대항해 일어난 유틀란트 해전(1916), 20세기 최강으로 떠오른 미국에 신흥 국가 일본이 도전한 태평양전쟁(1941)이 투키디데스 함정의 사례다.

FT가 올해의 단어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선정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을 비롯한 전방위적인 갈등으로 세계적인 긴장이 된 상황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미·중 간의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지난 7월 양국은 상호 보호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 총성을 울렸다. 지난달 양국은 잠시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했다. 일단 전면전을 뒤로 물린 미국은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화웨이를 공격하는 등 중국 첨단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양국과 각각 안보, 경제 분야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창억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