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정책실험에 실패했다. 소득주도성장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경제를 위기상태로 몰아간 뇌관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 및 소상공인이 수직적인 생태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조선, 해운, 철강, 자동차 등 대기업이 이끄는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자 경제 전반이 부실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줄이자 최하위 구조에 있는 자영업과 소상공인들부터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서 부작용을 막아도 역부족이다. 결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저소득층의 실업을 늘리고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
현재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위기상태다. 기업들이 부채가 많아 부도 위험에 처하는 금융위기가 아니라 경제의 성장기반이 무너지는 산업위기다.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과감한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 정부는 경제구조와 체질을 개조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정부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과 공정경쟁을 보장해야 한다. 다음 4차 산업혁명을 제조업에 접목해 첨단적인 산업발전체제를 구축하고 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동시에 기업환경을 개선해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해 고용창출능력을 높여야 한다. 더 나아가 경제의 양극화로 인해 사회불안이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해 사회적 대화와 고통분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새로 경제사령탑을 맡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 경제와 사회의 포용력 강화, 미래대비 투자 등 4대 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
현 상황에서 절실한 것이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면돌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적절한 유예대책을 내놔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경제가 구조적 위기상황이라는 사실을 선언하고 그동안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에 앞서 혁신성장 정책을 먼저 펼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산업구조조정,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이념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정책을 추진할 것을 천명하고 경제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에 따라 경제를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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