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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시간의 장벽도 넘어 버린 배리어프리 영화 이야기

입력 : 2018-12-22 14:00:00 수정 : 2018-12-21 15: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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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뒤늦은 소개이지만 또 한 번 ‘배리어프리(barrier free)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장벽을 넘어 지난달에 개최됐던 제8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소식을 전하고 싶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2017), ‘신과 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 2018), ‘심야식당 2’(감독 마츠오카 조지, 2016),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 2017),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 2011), ‘빌리 엘리어트’(감독 스티븐 달드리, 2000) 등의 장편영화부터 단편 애니메이션영화까지 개막작과 폐막작을 포함해 7개 부문에서 30여 편의 배리어프리영화가 상영되었다.

배리어프리영화제 포스터. 출처=배리어프리영화제 홈페이지
이미 예전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배리어프리영화는 글자그대로 ‘장벽 없는 영화’를 의미한다. 영화를 보고 듣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화면 해설 녹음과 자막 작업을 추가해 장벽을 거둔 배리어프리영화들은 보통 이미 개봉된 영화들이 배리어프리 버전으로도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제8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에서는 또 하나의 장벽을 거두는 시도가 있었다. 장벽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이 좀 과도할지 모르겠지만, 꽤 오래된 영화들의 배리어프리 버전이 제작되어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상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1956년 2월에 개봉되었던 흑백영화인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이었다.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리메이크한 코미디영화로 이번에 백승화 감독의 연출과 김새벽 배우의 화면해설 내레이션 녹음과 추가 자막 작업으로 배리어프리 버전이 완성되었다.  

시집가는 날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시집가는 날’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맹진사는 딸 갑분이를 판서댁 아들 미언에게 시집보내 판서댁과 사돈이 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결혼식을 앞두고 미언이 다리를 전다는 소문을 듣자, 몸종인 입분이를 갑분이 대신 시집보내려 한다. 

옛 영화들을 볼 때 마다 만나게 되는 장벽이지만, ‘시집가는 날’ 역시 영화 속 말투와 대사 톤, 어휘, 가치관이나 세계관 등이 좀 낯설긴 하다. ‘절름발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신체장애에 대한 비하적인 대사와 시선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깔린 가치관과 권선징악 스토리는 요즘 관객들에게도 큰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다. 당대 국민배우였던 김승호의 맹진사의 연기는 여전히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 성공도 거두었고, 베를린영화제, 시드니영화제 등 해외영화제 출품으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세아영화제에서는 희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한국영화 중 첫 해외영화제 수장작으로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후 이제 막 제작이 활발해지고 인기를 얻어가던 당시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오즈의 마법사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이번 영화제 폐막작은 개막작보다도 더 긴 시간의 장벽을 허문 ‘오즈의 마법사’(감독 빅터 플레밍)로 1939년 영화였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판타지 뮤지컬 영화가 정윤철 감독의 연출과 황보라 배우의 화면해설 내레이션 녹음으로 배리어프리버전이 완성됐다.

이 영화는 처음 제작 당시였던 1939년에는 국내에서 개봉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문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1973년 12월 KBS TV 명화극장에서 방영한 것이 국내 첫 공개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후 여러 차례 TV에서 방영이 되었고, 또 비디오와 DVD, 그리고 재개봉, 영화제 상영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왔지만, 이번 배리어프리버전 상영은 분명 고전과의 새로운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제8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를 소개하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제는 더 이상 몇 개 안되는 상영관이나 몇 회 안 되는 상영회차를 찾아보지 않아도 배리어프리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IPTV나 디지털케이블의 영화 VOD 서비스에 들어가 보면, ‘배리어프리영화’를 모아 놓은 메뉴를 만날 수 있는데, 시청각적으로 영화보기에 장애와 상관없이 좀 더 편리하게 영화들을 즐길 수 있다.

시집가는 날 신문광고. 출처=경향신문 1957년 2월 14일 3면
한때 한번 개봉한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은 쉽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TV와 비디오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개봉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다시는 보지 못하는 영화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국경도 꽤 높은 장벽이었다. 지금보다 영화 수출과 수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에는 옆 나라에서 흥행 소식이 들려오는 영화들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하면 영화관 밖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들 중 배리어프리영화들도 포함되기 시작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이용해 관개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화면 해설 방식 시스템 등도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변화에도 관심을 두어야겠다. 앞으로 더 다양한 영화가 장벽 없이 더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기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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