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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가득 담긴 우주 에너지… 절묘한 한묵의 화풍을 엿보다

입력 : 2018-12-19 03:00:00 수정 : 2018-12-18 21: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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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서 첫 유고전 / 인간의 달 착륙, 작가에 큰 영향 미쳐 / 우주 에너지서 생명의 뿌리 탐구 / 시공 넘는 4차원 공간 묘사하며 / 강렬한 색채의 추상 대작 다수 그려 / 全 장르 작품 중 엄선한 130점 전시
‘생명의 근원을 우주의 에너지로 표현한 작가.’

한국 기하 추상의 선구자 한묵(1914∼2016)에 대한 설명이다. 그의 회화의 특징은 화려한 원색과 절제된 기하학적 구성의 절묘한 융합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무한히 순환하는 우주의 에너지를 담고, 이 에너지는 화폭 밖으로 무한대로 퍼지며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는 색, 선, 형태라는 순수 조형요소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상의 질서와 생명력의 실체를 탐구하고자 했던 작가의 예술관 발현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지난 11일 ‘한묵 : 또 하나의 시(詩) 질서를 위하여’가 개막했다. 한묵의 첫 유고전이다.

전시는 그가 이룩한 화업(畵業)을 전반적으로 조명해, 작가가 추구했던 작업세계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 한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전 시기, 전 장르의 작품 중 엄선한 130여점을 소개한다. 특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60여점의 작품도 포함돼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한묵은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동양화를 배웠으나 10대 후반부터 서양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만주와 일본에서 서양화를 배운 그는 한국에서 홍익대 미술대 교수로 재직했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1961년 파리로 건너간 그는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독자적 작업 활동에 매진했다. 1969년까지는 순수추상으로 화풍을 바꿔 평면 구성에 주력했다. 대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색, 선, 형태로만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게 구성한 것이다.
1961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작업해온 한묵은 현실의 삶을 우주의 에너지로 표현하려 했다. 위 그림은 상봉(1991)

이어 한묵의 예술세계를 변화시킨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이었다. 작가는 달까지 도달한 인간의 힘을 미지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용기와 치밀한 과학으로 규정하고 인류에게 새로운 질서가 더해졌다고 여겼다.

이후 1970년대,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결합한 4차원 공간을 실험하며 공간에 속도를 담아내는 새로운 공간 개념을 모색했다. 동판화 작업을 시작한 것도 평면에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화면에 구심과 원심력을 도입하기 위해 컴퍼스와 자를 사용했고, 동심원과 나선, 방사선을 결합하고 교차하며 실험했다.

판화 작업으로 독창적인 방식을 체득한 작가는 이를 캔버스에 도입하면서, 강렬한 색채와 기하학 선들이 이루어내는 또 다른 회화세계를 개척했다. 이어 원심과 구심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역동적인 화면을 구현하기에 이르렀고, 1980년대 후반에 작가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기하 추상의 대작들을 완성했다.
태양을 잉태한 새(1996).

한묵은 현실의 삶을 우주의 열려있는 유기적 공간개념으로 확장하고, 이를 ‘미래적 공간’이라 명명했다. ‘미래적 공간’에 대한 탐구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계속됐다.

이번 전시는 한묵의 50여년 작업을 통해 그가 도달하고자 했던 정신세계와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전시는 내년 3월 24일까지 이어지며 3월 9일에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규명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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