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靑 이용선 수석, 故 김용균 빈소 조문에 "죽어서야 찾아오느냐, 쇼하지 마라"거센항의

입력 : 2018-12-15 23:47:43 수정 : 2018-12-16 00:36: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용선(사진 왼쪽)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14일 오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씨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태안=연합뉴스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군의 빈소에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14일 방문해서 유족 및 김군 동료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수석은 지난 14일 오후 2시쯤 '김군의 유가족을 위로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충남 태안의료원 상례원 김씨 빈소에 도착했다.
 
이에 김군의 유가족과 한국발전기술 동료 직원들은 이 수석에게 "만나 달라고할 때는 오지도 않더니 사람이 죽어야 오느냐"라며 "죽은 사람과 얘기할 수 있느냐"라고 응대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동료 김모씨는 이 수석에게 "용균이가 살아서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했다"라며 "죽어서 비서관을 만나고 싶진 않을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어 "피 끓는 어린 청춘이 이렇게 꽃이 져야하나"라고 항의했다.

김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 1일 근로조건 개선 노조 캠페인에 참가해 안전모와 방진마스크 차림으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는 피켓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은 바 있다. 

이에 다른 동료들도 이 수석에게 “나가라",“만나달라고 할 때는 뭐 했나, 죽으니까 오셨나", “쇼하기 위해서 왔나”라는 등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수석은 그렇게 5분 정도 김군 동료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뒤에야, 김군의 빈소를 조문을 할 수 있었다. 이 수석이 김군 빈소를 조문하는 과정에서도 김군 사망사고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원회')관계자는“(김군의) 나이는 아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이 수석은 “나이 같은 건 묻지마라"라고 답하는 등 실랑이를 벌였다.

이 수석은 조문과 헌화  후 30분 정도 분향실에 앉아 유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당시 김군의 부모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사망사고 현장 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간 상태였다. 빈소엔 김 군의 유족으로 그의 이모부와 고모부 등이 남아있었다.

김군의 유족과 시민대책위원회 등은 전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고용노동부, 안전관리공단, 원청인 서부발전, 태안화력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과 함께 사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주최 측은 현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경위와 원인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군 유족은“어제 직접 현장을 보니, 이건 사소한 산재가 아니라 인재”라고 말하며 “그런 시설 때문에 앞서서 11명이 죽었고, (용균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어떻게 공공기관에서 직원들을 그런 환경으로 내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전국의 발전소 노동자와 비정규직 숫자를 아느냐”고 이 수석에게 물었고 이 수석은“여기, 토론하자고 온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 대응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시민대책위원회는 유족 측의 이 수석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김군 유족이 직접 만나고 싶어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들은“아들이 (피켓을 들고) 요구했던 것을 대통령을 만나 직접 전달하고 싶다고 한다"라며 "김군 어머니가 꼭 (대통령을) 만나서 요구를 전달하고 싶다고 한다"라고 이 수석에게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수석은 약 40여분간 빈소에 머문 후 나와 빈소를 방문한 이유와 대책을 밝혔다.

이 수석은 빈소 방문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청년의 죽음에 대해 안타깝고 비통해해서 대신 뜻을 전달해달라고 해서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유족의 뜻과 관련해“가족의 뜻은 대통령께 충분히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대응과 관련해서는 “일단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 내고, 그에 대해서 조치하는 게 먼저”라며 “산업안전시설을 강화하는 것도 당국차원에서 점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보다 강화된 법률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데 그것도 통과시키도록 당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자회사, 직접고용 (문제) 등에 대해선 여러 가지로 검토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용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3시23분쯤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의 석탄운송 설비 컨베이어 벨트에서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의 컨베이어 운전원인 김군이 사망한체 발견됐다. 

2인1조로 일해야 하는 작업장에 혼자 들어가 휴대전화 조명에 의지해 일하던 김군은 컨베이어 기계 속에 머리와 몸을 집어 넣어 작업하던 도중 고속 회전하는 롤러와 벨트에 머리가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해 사망했다.

태안화력발전소는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며, 김군은 해당업체의 하청업체 중 한 곳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 노동자였다. 김군은 이 업체에 1년 계약직으로 근무한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 받고 올해 9월 입사해 일하기 시작했다.

김군의 빈소는  김군의 사망 다음날인 12일 오전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김군의 빈소에는 김군과 같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뿐만 아니라 김군의 소식을 듣고 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