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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만나려 수백만원 냈는데…” 미혼남녀 울리는 결혼정보업체

입력 : 2018-12-16 09:00:00 수정 : 2018-12-16 10: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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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결혼정보업체①] 업계 비밀에 소비자만 분통 “407만원이 공중분해 됐는데... 쪽팔려서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습니다.”

직장인 신모씨는 지난 1월 한 결혼정보업체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덜컥 407만원을 주고 회원에 가입했다. 커플매니저는 신씨에게 “대기업, 교사, 공무원 등 우량회원을 소개시켜주겠다”며 “기본 만남 횟수가 4회지만 고객님은 특별히 10회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상위클래스’ 회원 가입을 유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씨가 만난 사람들은 소기업 직원, 자영자 등으로 처음 업체가 약속했던 것과 달랐다. 신씨는 매니저가 가입 직후부터 태도가 돌변해 만남 횟수 채우는 데에만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신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업체 측은 ‘이미 기본 만남 횟수 4건을 다 채웠으므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4건에는 업체가 신씨에게 일방적으로 연락처를 전달했으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도 포함됐다. 신씨는 1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블로그, 카페 등에 해당 업체의 좋은 후기가 있어 현혹됐다. 그런데 가입하고 보니 다 거짓광고더라”며 “매니저에게 항의해도 ‘회원님이 너무 눈이 높다’ ‘서로 마음에 안 든 것 아니냐’고 발뺌해버리니 당한 사람만 애가 탄다”고 분노했다.

◆1회 만남에 50만원 이상... “돈값 못해”
업계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 회원 가입비는 기본 200~300만원 선이다. 전문직 종사자 등 ‘프리미엄 회원’을 만나는 서비스는 1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가입 후 기본 만남 보장 횟수는 4~6건. 상대방이 자신을 지목하지 않는 이상 기본 만남 횟수를 채우고 나면 계약이 종료된다. 즉 한번 만남에 50~80만원이 드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입 후 애가 타는 것은 업체가 아닌 회원 쪽이다. 직장인 유모(38)씨는 “나이가 많아 올해는 결혼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유명 결혼정보 업체에 가입했다. 그런데 4건 중 3건은 마음에 안 차는 사람만 나오고 흐지부지 끝나버렸다”며 “계약 때 약속한 것과는 다르게 담당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주선도 안 해주더라. 오히려 내가 누구 없냐고 연락해 따져야 했다. 200만원 넘게 냈는데 돈만 날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국내 결혼정보서비스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국내 결혼정보서비스 업체의 개선할 점으로 ‘비싼 가입비(28.7%)’를 꼽았다. 그 뒤는 ‘회원 검증의 신뢰성(24.7%)’ ‘약정 만남 횟수의 상향 조정(23%)’이었다. 해당 설문은 최근 2년 이내에 가연, 듀오, 바로연 등 조사대상 업체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3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르바이트 회원에 남녀 성비 불균형... 업체는 ‘쉬쉬’
일부 업체는 미모의 ‘가짜 회원’을 두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을 갖더라도 결혼까지 성사되기 어려운데 횟수만 채우게 된다는 지적이다.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해 결혼정보업체로부터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았다. 박씨는 “낮 시간대 혼자 카페에 앉아있는데 결혼정보업체 직원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명함을 주더라”며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 그런다’며 회원 가입비 없이 오히려 만남 횟수마다 일정 금액을 주겠다고 아르바이트 제의를 했다”고 털어놨다.

애초에 남녀 성비가 맞지 않아 결혼 성사가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결혼정보업체의 여성회원 비율이 남성보다 상당히 높은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영세 업체일수록 이 같은 현상은 심해져 여성 비율이 90%에 이르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남성은 결혼정보업체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가입비를 할인받거나 아예 내지 않는 경우도 있고, 만남 횟수도 훨씬 더 많이 제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회원들로부터 만남 상대로 지정받는 경우도 많아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잦다. 상대가 자신을 지정하면 만남 횟수가 차감되지 않는다는 규칙 때문이다.

문제는 결혼정보업체가 성혼율, 성비 등 민감한 정보를 비밀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혼정보회사 홈페이지에 가보면 후기 게시판이 없다”며 “냉장고, 세탁기만 사도 후기를 쓸 수 있는데 그걸 다 막아놓았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변호사 “실질적 피해 구제 어려워... 계약 전 계약서 잘 살펴야”
피해를 본 소비자가 업체에 항의할 수 있는 부분은 상대 회원의 정보가 잘못됐을 때, 계약서상 명시된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 등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 또한 구제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병규 법무법인 이로 대표변호사는 지난 1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알고도 사실을 숨겨야 한다. 결혼정보업체가 사실을 과장하거나 실수한 부분은 사기죄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프로필상 사진이 차이가 많이 난다거나 여성이 남성의 조건으로 월 1000만원을 제시했는데 알고 보니 700~800만원이더라. 이런 건 (사기죄) 적용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또 “민사적으로 봤을 때 상대 회원이 신분증, 자격증을 위조하였을 경우 결혼정보업체가 통념상 일반적인 수준의 검증 노력을 했다면 문제가 없다”며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 발생을 막으려면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약관과 계약 조건이 명확한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며 “만남 전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명확히 하고 이를 업체 측에 확실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3년간 피해 구제 건수 751건... 소비자 주의 필요”
한국소비자원이 13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결혼중개 관련 피해 구제 건수는 2016년 271건, 2017년 250건, 2018년(11월30일까지) 230건으로 총 751건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 예방을 위해 △계약해지 시 서비스 만남 횟수를 제외하고 약정만남횟수만을 기준으로 환급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계약체결 시 가입비, 계약 기간은 물론 환급기준에 약정만남횟수 외에 서비스만남횟수 포함 여부를 계약서에 반드시 기재 △가입 시 계약서에 기재된 약정기간, 만남횟수 등과 다른 설명을 할 경우 그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해 줄 것을 요구 △원하는 만남 상대의 객관적 조건을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명시 △방문판매 및 전화권유 판매 등에 의한 충동계약은 기간 내 철회 요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승인한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업체 이용 등을 권고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한 관계자는 “회원이 피해를 본 경우 한국소비자원에 불만을 접수하면 법률에 따라 피해를 보상해주게 되어있다”며 “안 지키면 (업체가) 제재를 받기 때문에 안 지킬 수가 없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나진희 najin@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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