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벌어진 것은 메이 총리가 EU측과 협상해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애초 메이 총리는 지난 11일 합의안에 대한 의회 비준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큰 표차로 부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연기했다. 그만큼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았고, 결국 하루 뒤 불신임 투표까지 내몰렸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안전장치’ 부분이다. EU 회원국인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아일랜드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영국과 EU의 합의안에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안전장치가 ‘일시적’이라는 것을 EU가 확약하도록 수정하자는 것이 메이 총리의 요구다. 안전장치가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게 영국 의회의 우려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와 관련한 이 같은 우려만 해결하면 브렉시트 합의안이 자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EU 측은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메이 총리가 합의안을 수정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메이 총리는 투표 연기를 결정한 다음날인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조찬을 했다. 이어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후에는 다시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융커 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만났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는 등 EU와 회원국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13∼14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가 메이 총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설득’ 기회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의 수정에 실패할 경우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 여부를 다시 묻는 ‘제2 국민투표’ 가능성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찬성보다 반대가 많아 브렉시트 자체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제2 국민투표가 치러지지 않는다면 영국과 EU가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EU는 13일 정상회의에서 ‘노딜’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으며, 영국은 전날 내각회의에서 ‘노딜’ 준비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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