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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징용판결 대책’ 재촉하는 韓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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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2 21:19:30 수정 : 2018-12-12 21: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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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으로 해결 안 돼… 日, 대안 내놓아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책을 재촉하는 일본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국내 여론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빨리 대책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보수 성향의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번 사안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한국 신문의 칼럼과 사설만 모아 소개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일 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등에 칼을 꽂는 듯한 국내 여론을 여러 차례 목도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놓고 한·일 정부가 기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다. 박근혜정부는 초기에 역대 정권 중 유일하게 선(先) 위안부 문제 해결·후(後) 한·일 정상회담 개최라는 배수진을 치고 일본에 대응했다. 한국 경시가 대외 정책의 기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당시에도 위안부 문제 해결 교섭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국내 매체가 꿈쩍 않는 아베 정권을 비판하기보다는 애국하는 양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우리 정부를 강물로 떠미는 사설과 칼럼을 쏟아냈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우리 외교부 당국자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본은 우리 국내 여론을 이용해 압박하면 결국 한국 정부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일본은 교섭에 나서기보다는 한국 언론인을 만나 자국 입장을 설명하고 한·일 우호의 필요성만 강조한다.” 당시 외교부를 출입했던 필자는 박근혜정부의 기이한 12·28 위안부 문제 합의에 일본의 책략, 미국의 압력과 함께 주체적 시각이 결여된 우리 언론의 정부 압박도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일부 국내 여론은 판결문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듯 대법 판결이 국제법적 기반을 무너뜨렸다고 일본 주장을 되풀이하더니 한·일 관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조속히 정부 대책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병탄(倂呑) 108년, 광복 73년이라는 세월이 되도록 우리는 불법강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법 판결이 나온 지는 두 달도 되지 않았다.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기 전에 꼼꼼하게 따져야 할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배상금을 우리 측이 깔끔하게 대납해야 한다는 주장은 책상물림의 말이다. 현재 대법 확정판결이 나온 건을 합쳐 관련 소송은 15건이지만 강제징용 피해 신고자는 22만명이다. 이 중 2만여명이 관련 근거를 갖고 있다. 배상금은 1인당 1억원이라고 할 때 신고자 기준 22조원, 근거 보유자 기준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물론 신일철주금이나 미쓰비시중공업처럼 전후(戰後) 연속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본 기업은 극소수라는 판단이어서 전체 배상금 규모는 크게 줄 수 있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멸시효에 따라 배상규모가 달라지니 이 문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무엇보다 피해자와 관련 단체의 입장을 듣고 조율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정확한 피해자 수와 예상 피고 기업을 파악하고 될수록 정확한 배상규모를 추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본은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일본 측은 한 푼도 낼 수 없다”(외무성 관계자)고 ‘나 몰라라’ 하면서 여론전이나 펼치고, 일부 국내 여론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듯이 부화뇌동한다.

이번 사안은 국제법적 흐름, 대법 판결의 정신,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를 압박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본 측도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민사소송인 만큼 최악의 경우엔 우리 정부가 방치하는 게 정답인 상황으로 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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