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겠지만 내게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일관계가 그렇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한국 속담처럼 내가 만약 일본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한·일관계를 일본 쪽 위주의 시각으로만 보며 판단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을 떠나 있다 보니 일본에 대해서도 한국에 대해서도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고나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럴 때 다문화가정이기에 양쪽 나라를 좀 더 냉철한 자세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주변의 신오쿠보(新大久保)는 코리아타운으로 번성한 곳이다. 그렇지만 한·일관계의 급랭으로 인해 한국인 혐오 시위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손님의 발길이 끊겨 한국인 가게가 잇달아 문을 닫았다. 그러다가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먹거리가 인기를 끌어 다시 손님이 몰리고 있다 한다.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이 과거에 일어난 전쟁은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보다 현재나 미래에 걸려 있는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일본과의 과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학교는 물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전쟁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살펴볼 기회를 많이 갖는 것 같다. 반면 일본에서는 피해자의 위치를 강조하다 보니 전쟁 가해자라는 상황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일본이 사죄를 안 한다고 하고, 일본에서는 한국에 이미 사죄를 했다고 하는 엇갈리는 반응이 생기는 것 같다. 그나마 요즘 그동안 입을 닫고 있던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이 죽기 전에 역사적 진실을 말해야겠다고 나서는 모양이다.
나는 국가 관계도 사람 관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전쟁의 가해자 책임에 대해서 상대가 받아줄 때까지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하고, 또 한국은 반성과 사죄에 대해 잘 받아들일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앞으로 한·일관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우호국으로서 더욱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