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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 때문에 KTX 선로 이탈? 코레일 안전불감증 도마 위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8-12-12 06:00:00 수정 : 2018-12-12 06: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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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탈선 책임' 오영식 코레일 사장 결국 사퇴 "국민 여러분께 약속 못 지켜 송구하다"
최근 고속으로 달리는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아찔하고 위험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최고시속 300㎞에 달하는 KTX 열차 탈선은 결코 가볍게 볼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2월22일 운행을 시작해 개통 1주년을 앞둔 KTX 강릉선 '강릉~진부 구간'에서 일어났습니다. 사고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들이 추위 속에 큰 충격과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 선로작업자 1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습니다.

코레일 측은 지난 8일 탈선 원인에 대해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선로가 얼마나 부실하게 설계됐기에 이 정도 한파에 이상이 생기는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정말 날씨 때문이라면 승객들은 겨울마다 KTX 사고 걱정을 해야하는 것일까요?

결국 11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KTX 열차의 잇따른 사고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났습니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자진사퇴지만 경질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합니다. 지난 3주간 코레일에서 10차례나 사고가 나면서 국민 불안이 심해졌다는 점에서 오 사장의 퇴진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철도에 대해 잘 모르는 오 사장이 지난 2월 코레일 CEO로 취임한 것 자체가 문제의 발단이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는 철도 관련 분야에서 근무한 적이 없어 사실상 전문성이 낮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조직장악이 쉽지 않았고, 내부 기강을 바로잡는 게 여의치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성 없는 리더는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조직전반에 긴장을 불어넣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앞으로 새로 임명되는 사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없게끔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조직 기강이 흐트러졌다면 다부지게 다잡아야 합니다.

정부는 오는 13일 범정부 회의를 열고 국가기반시설의 안전관리 대책을 논의할 방침입니다. 전문가들은 안전대책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필요한 투자를 해야한다며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안전관리와 예방에 더욱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최근 잇단 열차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11일 코레일 사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오 사장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며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왔으나,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습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사장인 저에게 있으니 열차 운행을 위해 불철주야 땀을 흘리고 있는 코레일 2만7000여 가족에 대해 믿음과 신뢰는 변치 말아 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오 사장은 "이번 사고가 우리 철도가 처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철도 공공성을 확보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3선 의원 출신의 오 사장은 지난 2월 취임해 10개월간 코레일 사장으로 일해 왔습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 10개월만에 낙마…철도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였단 비판도

이번 탈선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선로전환기 관련 부품이 설계부터 잘못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부품을 한 업체가 공급해 다른 지점도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KTX 사고 관련 현안질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강릉선 전체 시스템에 대한 긴급 점검을 당부했습니다.

김 의원은 "문제의 선로전환기 관련 부품은 애초 설계가 잘못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게 "강릉선에 선로전환 시스템이 몇 군데 설치돼 있느냐"고 질의했습니다. 김 이사장이 "강릉선에는 39곳이 설치돼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이 제품은 한 업체가 공급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1개 업체가 설계 도면을 만들어 납품했다면, 다른 제품들도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 제품의 설계는 기본 도면이 있고, 설치하는 장소마다 설계가 조금씩 변형되는 식으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이사장은 "아직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조사가 진행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전체적으로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 선로전환기와 관련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같은당 윤관석 의원이 강릉선 모든 구간에서 설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정인수 코레일 부사장은 "다른 곳에서도 그럴 수 있다고 보고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며 "13일까지 철길이 2개로 나뉘는 '분리개소'에 대해 먼저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릉선 모든 구간 설계 오류? 코레일 "다른 곳도 그럴 수 있어 점검중"

오송역 단전으로 인한 운행 지연, KTX강릉선 탈선 등 크고 작은 열차사고가 꼬리를 물면서 최근의 사고가 코레일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강릉발 KTX산천 서울행 806 열차는 오전 7시30분 강릉역을 출발해 시속 103㎞로 달리던 중 선로를 이탈해 넘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15명과 역무원 1명이 중경상을 입고, 열차는 10일 5시30분 운행을 재개할 때까지 45시간동안 운행을 멈췄습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선로전환기 신호 오작동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현재까지 이뤄진 사고조사에서 남강릉분기점 선로전환기 전환 상태를 표시하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신호시스템에 오류가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레일이 해당 시설을 넘겨받아 유지·관리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점검은 실시했지만, 해당 시스템을 전면 개봉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해당 시설이 시공부터 잘못됐을 가능성과 임의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코레일은 시설 점검·관리를 부실하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코레일이 이처럼 관리해야 하는 시설은 늘어나는데도 정비나 유지보수 인력은 이에 비례해 늘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코레일의 선로 시설물은 2015년 8465㎞에서 지난해 9364㎞, 터널과 교량 역시 9333개소 1772㎞에서 올해 9714개소 2109㎞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선로시설물을 정비하는 인력을 확보하는 데는 인색했습니다.

2015년 4134명이었으나 지난해 4186명으로 52명 증원하는데 그쳤습니다. 특히 차량을 유지·보수하는 인력은 정원에 비해 비중이 감소했습니다. 2015년 정원 5300명 대비 5262명으로 38명이 부족했는데, 지난해에는 5560명 대비 5355명만이 일해 205명의 결원이 생겼습니다.

이런 와중에 시설을 정비하는 인력 예산은 2015년 4337억원에서 지난해 4243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줄었습니다.

◆코레일 각종 열차 고장 월 평균 9.8건…사후약방문식 대책 지양해야

코레일이 운영하는 각종 열차 고장이 최근 5년7개월간 600건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 등 각종 기관차와 전동차의 고장 건수는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66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2013년 150건, 2014년 137건, 2015년 99건, 2016년 106건, 지난해 118건, 올해 7월 기준 51건에 달합니다.

올해 발생한 고장 원인을 살펴보면 43.1%인 22건이 부품 요인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나머지는 제작 결함 16건(31.4%), 인적 요인에 따른 정비 소홀 5건(9.4%), 기타 요인 8건(15.7%)이었습니다.

유형별로는 디젤기관차와 전기 기관차가 각각 136건과 113건으로 고장 건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KTX는 109건이었고 전기동차 96건, KTX-산천 95건, 디젤동차 32건, 발전차 25건, ITX-새마을 21건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홍 의원은 "열차 고장 사례를 분석해 차종별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고장이 난 뒤 대책을 마련하지 말고, 고장에 취약한 부품을 관리하며, 미리 제작 결함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文 "KTX 시설 전반 안전점검"…정치적 이슈에 매몰돼선 안된다는 지적도

그동안 코레일은 인력구조를 둘러싸고 상당한 내홍을 겪어왔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5000여 명의 인원이 감축되면서 안전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 지난해 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인력과 예산절감의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해고자 및 KTX 해고 승무원 복귀 등 현 정부 고용문제나 남북간 철도연결, 코레일-SR 통합 등 해결해야할 사안이 많아 기본적인 철도안전서비스에 소홀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레일이 정치적인 이슈에 매몰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수익성을 창출해 예산을 늘리고 안전인력도 확보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운영수익을 증대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KTX는 공공재라 역세권 개발을 통해 복합환승센터 등을 만들어 이용객을 늘리는 방향으로 운영관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속철도, 일반철도가 버스나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시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그러한 노력이 미흡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KTX 사고는 우리의 일상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근본적 불신을 국민에게 줬다"면서 "KTX 노후 시설뿐 아니라 신설 시설까지 안전점검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적대로 철저하게 살핀 뒤 고칠 것은 모두 고쳐야 합니다. 이번 KTX 사고가 국민들이 안심하고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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