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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엔 관심도 없으면서"…아베 정권, 노동력 부족에 단순직도 영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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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1 06:30:00 수정 : 2018-12-10 20: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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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일본 출입국관리법 개정… 외국인 차별 문제는 무관심 지난 8일 일본 참의원(상원격) 법무위회의에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외국인 노동자 수용 확대를 골자로 농업, 어업, 항공업, 숙박업 등 14개 업종에서 향후 5년간 최대 34만 50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 야당 의원은 “설익은 법안이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몸싸움을 벌이는 등 반대에 나섰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은 날로 심화하는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인구 고령화,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을 대거 받아들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일본 사회가 바꾸게 될 법”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를 의미 있게 들여다본 한편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차별 문제는 주무 부처인 법무성에 떠넘길 뿐 아무도 관심 두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日 이민국 되나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 통과로 아베 정권이 이민 국가로 정책을 전환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은 ‘특정기능 1호, 2호’라는 2개의 새 체류자격을 신설해 앞으로 5년간 35만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과거 고급 인력에만 부여했던 영주권을 단순노동자에게도 부여하기로 했다. 이러한 점에서 ‘폐쇄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획기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와 의견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관방장관은 “이제는 외국인이 어느 나라에서 일할 것인지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며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아무 문제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해 의미를 더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 유학이나 기능실습생 제도 등을 통해 일하는 외국인은 총 127만 8600여명으로 지난 10년 사이 2.5배 이상 늘었다. 지금 일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경제를 지탱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올 2월 아베 총리가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일손부족 문제 해결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초스피드로 법안이 통과돼 앞으로 보완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저임금 미적용을 시작으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일본어 능력, 건강보험, 사회보장 제도 적용 범위 등 수많은 문제가 숙제로 남았다.

◆日 외국인 노동자차별 심화…관심 없는 아베정권

법안 통과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베 정권은 외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나 차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9일 일본 도쿄 도심에서는 우익세력이 지난달에 이어 반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혐한 시위를 벌였다.
일본 우익세력이 도심에서 혐한(嫌韓) 시위를 연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차별주의자는 부끄러움을 알라"고 적힌 종이 등을 들고 맞불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혐한단체는 이날 오후 도쿄 니혼바시 인근에 몰려들어 욱일기를 흔들며 ‘초혐한 시대’, ‘일한 단교’, ‘다케시마(한국땅 독도)를 돌려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혐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한국인을 비롯해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쿄역과 긴자 일대를 이동하며 1시간 넘게 시위를 벌였다.

그런가 하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법무성 발표 자료와 차별로 고통받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피해 사례를 전하며 단순히 노동력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강조. 외국인 피해 구제를 위한 상담창구 마련을 비롯해 시민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도입 초기 고용주에서 시작된 차별이 일상 영역으로 확산해 시민들도 가세하는 지경이다.
 
일본 우익세력이 도쿄역 인근에서 혐한(嫌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임금차별 문제다. 고용주들은 기능 실습생이라는 신분과 제도를 악용하여 정상 급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적은 급여를 주고 있다. 또 일이 능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법 시간외 근무를 강요하는 등 앞선 지적처럼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 노동력으로 간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편의점, 음식점, 상점 등 일상 영역에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늘자 시민들도 차별에 가세하는 상황이다.

일부 시민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본어를 잘 모를 것으로 단정 지으며 말꼬투리를 잡거나 문화적 차이에서 나온 실수나 행동 등을 지적하며 인격 모독 등 심한 말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일본 법무성이 지난해 일본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조사대상의 약 30%는 외국인을 상대로 “모욕하는 등의 차별적 발언을 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일본 정부는 물론 고용주나 직장 동료 등 그 누구도 외국인 근로자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시민의식 개선, 포괄적 지원제도 필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날로 심화해지자 도쿄 변호사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변호사회는 2018년 6월 ‘인종 차별 철폐 모델 조례안’을 제안했다. 조례안에는 차별 등 부당행위를 당한 사람이 지방 자치 단체에 민원을 제기하고 이에 따른 조사나 심의를 거쳐 행정 지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증오 연설이나 처우 차별 등 불합리한 대우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도쿄 변호사회는 ‘인종 차별 철폐 모델 조례안’을 제안했다. 사진= 니혼게이자이신문 캡처

일본은 1995년 유엔 인종 차별 철폐 조약에 가입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외국인이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차별을 종합적으로 규제하는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도쿄 변호사회 소속 시티유어 법률사무소 김철민 변호사는 “2000년 이후 인터넷 등에서 차별적인 언동이 확산해 외국인 차별에 대한 시민의식이 낮아졌다”며 “증오연설 규제에 그치지 않고 차별에 대응하는 포괄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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