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탈선해 멈춰선 강릉발 서울행 KTX 806호 열차에서 승객들이 군인과 현장 관계자 등의 도움을 받아 열차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
최근 열차사고가 꼬리를 물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무총리가 경고하고, 코레일이 책임자를 전원 보직해임하는 특단 조치를 취했음에도 소용없었다. 철도 당국의 안전불감증은 한국 고속철의 해외 수출과 남북철도 연결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복구 작업 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운산동 KTX 열차 탈선 사고현장에서 코레일이 투입한 중장비가 탈선한 객차를 선로 위로 끌어올리는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9일 전날 오전 7시33분에 발생한 고속열차 탈선 사고의 원인으로 선로전환기의 오류가 유력하다고 밝힌 가운데 사고 현장의 선로전환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
지난 2월 취임 이후 전문성이 없는 대표적 낙하산인사로 비판받아 온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오 사장은 사고 직후 충분한 조사 없이 엉뚱하게 “기온 급강하로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강릉 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7~8도 수준이었다. 이날 더 기온이 낮은 다른 지역의 KTX 선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강릉선 탈선 현장에서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더 이상 변명의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코레일의 정비 불량, 사고 대처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며 “더 이상 상황을 좌시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 11월 이후 한 달여 만에 모두 10건의 열차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에서 KTX 열차와 포클레인이 충돌하고, 이튿날 충북 오송역에서 전기공급이 중단돼 KTX 120대의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또 2013년부터 최근 5년간 코레일의 KTX, 각종 기관차 및 전동차 고장건수는 총 661건에 달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복구 현장을 찾아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은 오영식 코레일 사장. |
김 장관은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실력으로 다른 나라 철도 사업을 수주하고,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다는 큰 꿈을 진행하기 민망하다”며 “완벽한 수습을 통해 대한민국 철도의 수준이 이렇게 낙후돼있다는 실망을 주지 않도록 만전의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선로전환기 오작동 또는 시공 불량 등을 이번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이번 사고 역시 ‘인재’로 인한 철도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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