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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5분 만에 “쾅쾅”… 당국 안이한 대처에 승객들 분통 [뉴스+]

입력 : 2018-12-09 18:13:54 수정 : 2018-12-09 21: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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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등 201명 탑승… 시속 100㎞/“충격으로 급제동… 간신히 멈춰서”/ 앞쪽 객차 2량은 T자 형태로 꺾여/ 일부 승객 부상으로 피흘리며 탈출/ KTX측 더딘 후속조치에도 “분통”
지난 8일 발생한 강릉발 서울행 KTX 열차 탈선 사고현장은 처참했다.

기관차와 1호 객차 등 2량이 선로를 벗어난 채 ‘T’자 형태로 꺾여 반대편 선로까지 파손했고, 열차가 들이받은 전신주는 바닥에 부서져 있었다. 나머지 객차들도 대부분 선로를 이탈해 기울어져 있거나 바닥에서 떠 있는 상태였다.

사고 당시 객실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열차는 사고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 이후 급제동하는 소리가 난 뒤 ‘쾅쾅’하는 몇차례 굉음과 함께 간신히 멈춰 섰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사고로 객실 내에서는 비명이 쏟아졌고, 일부 승객은 사고 충격으로 머리 등을 다쳐 피를 흘리며 탈출했다.
◆“‘쿵쿵’ 굉음 후 미끄러지는 느낌”… 비명에 아수라장

“당시 열차가 저속 주행 중이어서 이 정도였지, 고속 주행 중이었다면, 어휴…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이날 오전 7시30분 강릉역을 출발한 서울행 806호 KTX 열차에는 승객과 승무원 201명이 타고 있었다. 출발한 지 5분여 만에 선로를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하며 승객 16명이 부상했다.

6호차에 타고 있던 승객 방모(22)씨는 “‘쿵’ 소리와 함께 열차가 자갈을 끌고 가는 소리와 철로를 스치는 쇳소리가 계속 들리면서 40∼50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열차가 뒤집어질 것 같아 의자를 꽉 붙잡고 있었고, 일부 승객은 부상 때문에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승객은 “사고 직전에 첫차 등 열차가 아무 사고 없이 운행됐는데 갑자기 탈선사고가 난 것은 인재(人災)로밖에 볼 수 없다”며 “개통 1년도 안 된 KTX가 탈선한 것은 코레일의 무사안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8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탈선해 멈춰선 강릉발 서울행 KTX 806호 열차에서 승객들이 군인과 현장 관계자 등의 도움을 받아 열차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KTX 안이한 대처, “승차권 환불만 운운”

사고 열차 승객과 부상자들은 아찔한 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KTX 측의 안이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승객은 “사고 직후 문이 수동으로 열리지 않아 다른 객차로 이동해 탈출했다”며 “승무원이 침착하게 안내했지만 아무런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아 황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은 “타고 있던 6호차는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이 기울었는데도 승무원들은 큰 사고가 아니라고만 해 답답했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인근 농가의 비닐하우스로 추위를 피해 대피했고, 1시간을 기다려서야 대체 수송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더딘 후속 조치에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승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자녀 입시문제로 상경길에 오르거나 취업과 회의 참석 등 중요한 일정이 있었지만, 승객 수송 등이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 승객은 “자녀의 대학 입시문제로 서울로 가던 길이었는데 버스로 강릉역에 돌아간 뒤에도 KTX 측은 승차권 환급 얘기만 할 뿐 대체 이동 수단은 마련하지 않아 승객들과 마찰을 빚었다”며 “결국 서울을 못 가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상 승객들에 대한 KTX 측의 태도도 공분을 사고 있다. KTX 측은 “승차권 운임은 1년 이내 전액 환불해드리며, 사고로 인한 병원 진료 등을 원하시는 경우 가까운 역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죄송”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복구 현장에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 사고로 발목을 다친 최모씨는 “사고 직후 코레일에서 인적사항을 적어서 갔는데 ‘어디가 많이 아프냐’는 전화 한 통 없었다”며 “한참 뒤에서야 ‘다친 승객이 진료를 원하면 먼저 연락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고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탈선사고 이후 후속 열차 이용객들에 대한 안내도 제때 하지 않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오후 강릉발 서울행 KTX를 탑승할 예정이었던 장모씨는 “사고가 난 지 3시간이 지나서야 열차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임시버스 운행 시간 문의를 위해 전화를 수십통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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