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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툭… 간담이 서늘" 연말연시, 도로 무법자 취객 [김기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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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8 19:00:00      수정 : 2018-12-08 21:39:44
비틀거리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도로 위 ‘취객’ / "잘 보이지도 않아" / ‘취객’ 쌩쌩 달리는 도롯가에 쓰러져 있기도 / 어두운 밤거리…식별이 어려워 사고 위험이 높아 / 비나 눈이 밤거리는 더욱 위험 / 무단횡단도 서슴지 않아

“비틀거리는 취객만 봐도 간담이 서늘합니다. 밤에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니까요. 잘 보이지도 않아요. 밤에는 웬만하면 하위 차선으로 잘 안가요. 불쑥 튀어나오면 답 없어요. 정말 취객은 공포의 대상입니다.”
지난 5일 오전 1시 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한 취객 비틀거리면서 차도를 걷고 있다.

술자리가 몰리는 연말연시가 다가왔다. 송년회 등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가지면서 늦은 거리에는 비틀거리는 취객이 늘고 있다. ‘부어라, 마셔라’ 술자리 분위기에서 가볍게 술을 ‘권하는’ 모임이 늘어 ‘거리의 취객’은 과거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송년회 모임이 잦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늘고 있다.

연중 술 소비량 가운데 절반이 연말과 연초에 집중돼 있을 만큼 이 시기에는 술자리가 많다. 음주 사고, 주취 폭력 등 술로 인한 사고 역시 이때가 다른 시기에 비해 많이 발생한다. 음주 폐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10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술에 관대한 문화, 어디에서나 음주하기 쉬운 환경, 술 권하는 문화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5일 오전 1시 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시민들 이 택시를 잡고 있다. 택시 기사와 취객이 서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은 흔한 모습이 됐다.
◆운전자에게는 공포의 대상 ‘취객’

지난 5일 오전 1시 서울 강남역과 신논현역, 그리고 이태원 일대를 돌아다녔다. 자정이 넘으면서 유흥가 지역은 질서가 사라지고 비틀거리는 취객들이 그 자리는 차지했다. 유흥가 골목길에는 곳곳에 토사물도 쉽고 볼 수 있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취객도 늘기 시작했다.

길 위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는 취객도 눈에 띄었다. 40대로 보이는 남성은 고개를 푹 숙이고 계단에서 쓰려져 잠들기까지 했다. 가방을 품은 채 주저앉아 정신을 못 차리는 취객, 도롯가 누워 있거나 버스정류장에 쓰려져 있는 취객 등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취객들은 비틀비틀 걷다가 주차된 차에 부딪히기도 했다. 만사가 귀찮은 듯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다 다시 일어설 듯하면서도 잠들기까지 했다. 연말연시 밤만 되면 취객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술집이 밀집한 서울 한 유흥지역 도로가는 택시를 서로 타기 위해 달려는 사람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됐다. 쓰러질 듯 말 듯 비틀거리면서 택시를 잡는 위험한 취객도 눈에 띄었다. 하위 차선에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택시를 보자마자 손을 뻗으면 불쑥 나오는 취객이 넘쳐 났다. 자정이 넘은 시각, 택시 기사와 취객이 서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은 흔한 모습이 됐다.

자정이 넘은 시간 이태원에서 만난 한 개인택시 운전자는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사고는 순간입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취객만 보면 욕이 그냥 나와요”며 “딱 보면 저 사람이 ‘술 취한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피해 다녀요”라고 말했다. 이어 “차에 토사물 한번 치워 보세요. 자신의 토사물도 치우기 싫은데…. 안 그래요?”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취객이 비틀비틀하면서 이면도로에 누워 있거나 택시를 잡기 위해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위험천만 빗길 운전…치사율 맑은 날보다 1.25배 높아

겨울철 비나 눈이 오는 밤길에 취객은 더 위험하다. 빗길에 제동거리가 길어진다는 것. 빗길에서는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 수막이 생겨 마찰력이 급격히 떨어져 제동거리가 평소보다 20% 가까이 늘어난다. 최근 5년간 9만 4000여 건의 빗길 교통사고로 2500여 명이 숨졌다. 치사율도 맑은 날 사고보다 1.25배 높다. 비 오는 밤길은 차선이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빗물에 젖은 노면이 전조등에 반사돼 사물이 잘 분간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서울 신논현역 인근에서 만난 대리운전 기사 김모씨는 아찔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특히 이 곳이 취객이 많은 것 같다”며 “아무리 조심하게 운전한다고 해도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20년 직장 생활해 봤지만,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상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두운 밤 운전자가 무단횡단을 하는 취객을 발견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이날 서울 용산구 한 왕복 6차선 도로. 빨간불로 바뀐 신호를 인식하지 못한 채 왕복 6차선 도로를 건너는 위험한 행동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운전자가 취객을 발견 후 서행 상태여서 사고는 없었지만 위험천만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왕복 6차선 도로를 위험천만하게 걷는 ‘거리의 취객’ 때문에 많은 운전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대로 일대. 왕복 8차선 도로에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 택시를 서로 타기 위해 달려는 사람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됐다.
◆과도한 음주 부작용 증가…매일 13명 음주로 사망

과도한 음주의 부작용으로 사회가 감당해야 할 손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알코올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2013년 4476명에서 지난해 4809명으로 증가했다. 매일 13명 이상이 술 때문에 죽는 셈이다. 2015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9조4000억원에 달한다 “고 발표했다. 이는 흡연(7조1258억원), 비만(6조7695억원)보다도 크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19세 이상 성인이 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시는 월간 음주율은 62.1%로 역대 최고였다. 음주율 조사가 시작된 2005년의 54.6%보다 7.5%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 성인이 술자리에서 남성은 평균 7잔, 여성은 5잔 이상 마시고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은 14.2%로 2008년의 15.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성인의 문제 음주행태는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청소년 음주도 증가세다. 대학생 고위험 음주율은 20.2%로 성인보다 높고, 1회 음주량이 10잔 이상인 경우도 38.4%로 성인(15.0%)의 2.5배나 됐다.

전문가들은 “호주,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등 80개 이상의 국가는 공원이나 해변,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며 “술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에 대한 관대한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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